◇ 로버트 게이츠 前 CIA국장

17일부터 이틀간 ‘오늘의 북한―포용인가 대치인가’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를 주최한 텍사스 A&M 대학 부시행정대학원의 로버트 게이츠(Robert Gates)학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한국과 미국의 사이를 갈라놓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 재임 당시인 91년부터 93년까지 CIA 국장을 지낸 그는 부시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물. CIA에서 27년 근무하며 공산권 문제 전문가로 꼽혀온 그는 ‘그림자로부터―대통령 5명에 대한 최고의 내부자 이야기와 그들이 냉전을 이긴 방법’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부시 행정부의 외교가 갈등을 양산하고 구체적인 전략이 없다는 비판이 있는데….
“우선 미·중간 항공기 충돌사건은 미국이 고의적으로 촉발한 것은 아니다. 또 기억해야 할 점은 부시 전대통령도 취임초 전임자의 정책을 즉시 수용하지 않는다고 많은 비판을 받았다는 것이다.

부시 전대통령은 같은 공화당인 레이건 전대통령으로부터 정권을 넘겨받았는데도 외교정책과 세계 각국에 대한 전략을 짜는데 몇달이 걸렸다. 당시 우리(부시 전대통령 팀)는 레이건이 소비에트 문제 등 몇몇 분야에서 너무 빠르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외교관계가 역동적으로 굴러갈 때는 실제 현실을 초과하기가 쉬운 법이다.

현재 부시 행정부에 대해서도 비슷한 비판들이 나오고 있지만 전략을 짤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 한다. 피상적인 변화가 아니라 실제 현실이 바뀌었는지를 따져볼 수 있는 여유를 주지않고 무조건 느리게 반응한다고 비판하는 것은 인내심이 없는 사람들의 태도다.”

-북한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두고봐야 한다. 북한에 대한 접근이 내가 방금전에 얘기한 것처럼, 감정과 인식이 현실을 초과하고 있는 분야다. 남북한간에 인도적인 교류가 늘어났지만, 북한은 받아가는 것만 하고, 한국은 주는 것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이산가족 상봉만 하더라도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수사(수사)가 현실을 훨씬 넘어섰다고 봐야 한다.”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어떤가.

“북한은 바뀐 것이 전혀 없다. 예를들면,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2차로 시험발사하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그렇게 하면 일본이 미국과 협력해 미사일 방어체제를 발전시키겠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에 대한 일본의 태도는 어느 의미에서는 미국보다 더 영향력이 있었다. 북한이 자발적으로 (대포동 미사일 시험발사를) 안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북한에 대한 현재 CIA의 정보량을 당신의 국장 재임 시절과 비교하면 어떤가.

“현재 북한이 군사적인 프로그램의 측면에서 무엇을 해왔는지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 개발 부문에서 엄청난 발전을 했다.”

-부시 행정부와 클린턴 전 행정부의 대북정책 차이를 간단히 요약한다면.

“부시 행정부를 대변할 입장은 아니지만, 부시는 더 주의깊고 더 회의적이다. 나는 그런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수사만 틀릴 뿐 결국 부시도 클린턴의 대북노선을 따라가게 될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두고 볼 일이다. 그 때문에 내가 사람들이 너무 인내심이 없다고 얘기한 것이다.”

-한국정부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가장 중요한 일은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에서 미국과 우호적이고 열린 대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수십년동안 서울과 워싱턴의 사이를 갈라 놓으려고 노력해왔다. 한미 양국간에 다음 단계 조치나 무엇을 할지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경우에도, 북한이 서울과 워싱턴을 갈라놓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 칼리지스테이션(텍사스)=주용중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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