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18일 신임 인사차 찾아온 임동원 통일부 장관과 주한미군 문제 등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현정부 대북정책의 책임자인 임동원 통일부 장관이 18일 30분간 주한미군 문제 등 대북관에 대해 이례적으로 긴 대화를 가졌다.

임 장관이 신임 인사차 이 총재를 방문한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진 대화였지만, 내용은 격론에 가까웠다. 다음은 그 요지.

이 총재 =남북관계가 불확실하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 후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이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양보했다’고 얘기했는데, 얼마 전 북한은 ‘주한미군 철수가 한반도 평화의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말과 다른 것 아닌가. 걱정스럽다. 이런 식이면 김정일 답방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임 장관 =김정일 위원장도 밝혔지만 ‘주한미군 주둔 양해’는 북한이 미국 정부에 1992년에 공식 통보했고 미국 정부가 확인한 것이다. 올브라이트(Albright) 전 미 국무장관 방북 때도 확인했고 발표했다.

현재 북한이 이렇게 하는 동기는, 재래식 무기 문제는 남북간 합의키로 했는데 부시 행정부가 재래식 무기를 간섭하자 전략적으로, 선전전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으로 본다. 우리도 재래식 무기는 남북간에 푸는 것이 좋겠다고 부시 행정부에 얘기했다.

이 총재 =그럼 북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선전전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인가.

임 장관 =그렇다. 북한이 한반도 평화뿐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주한미군 주둔의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작년 10월 올브라이트가 공식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정책적으로는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양보했지만, (‘철수’ 주장이 북한) 언론에서는 계속 나올 수 있겠다고 본다.

이 총재 =북한의 진정한 의도를 확인해 봐야 한다. 국민은 ‘북한이 변했다’ ‘주한미군에 동의했다’고 대통령의 입을 통해 듣고 있는데, 북은 공식적으로는 전혀 변화가 없는 것 아닌가.

국민이 의심할 수밖에 없다. 이 상태에서 해명 없이 어떻게 김정일이 서울에 올 수 있겠나. ‘북한 내부용’, ‘선전전’으로만 하지 말라. 그런 식으로 해서 국민을 안심시킬 수는 없다.

임 장관 =북한 당국의 공식발표와 북한 언론 매체의 발표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총재 =금강산 관광에 카지노를 허용해주는가.

임 장관 =승객을 운송하는 배에 하는 것이 아니고 북한 장전항에 정박한 배(해상 호텔)에선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 총재 =카지노는 안 된다. 사행심을 조장해 국민 주머니를 털어서 북한을 지원하는 꼴이다.

임 장관 =북한이 5월 중 비료를 보내달라고 한다. 20만 정도 지원할 생각이다. 야당의 도움이 필요하다. 내의는 민간단체에서 지난 3월 일부 보냈다.

이 총재 =너무 일방적인 것 아닌가.

임 장관 =이산가족 상봉과 편지 교환을 조건으로 한 것이다.

권철현 대변인=그런 것은 남북 상호간에 누리는 것으로, 북한의 양보가 아니다.

이 총재 =북한이 식량 자급자족이 안되는데, 우리가 매년 지원해야 하나.

임 장관 =그럴 것 같다.

이 총재 =과연 우리가 몇 년에 걸쳐 얼마나 보내야 하느냐. 장기적 계산 아래서 진행하고 있느냐. 결국 국민 혈세인데, 북한만 보지 말고 우리 내부도 봐야 한다.

/송동훈기자 dhs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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