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올들어 조기 영재교육의 중요성과 대책을 부쩍 강조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최근호(4.1)는 `재능의 싹을 꽃 피우려면'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모든 교육자들이 뛰어난 재능을 가진 어린이들을 더 많이 육성해야 한다며 이를 위한 대책을 제시했다.

노동신문은 '아무리 좋은 소질을 갖고 있다고 해도 남다른 재능은 저절로 발휘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부모와 교육자 모두가 어린이의 소질을 제때에 찾아내는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의 소질이 나타나는 시기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부모와 교육자들은 자녀나 맡고 있는 어린이의 행동을 세심하고 주의깊게, 끈질기게 관찰하며 그 행동의 결과가 어디에 귀착되는가를 잘 살펴야 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신문은 특히 주목하고 있는 어린이가 어떤 행동을 하고 싶어하고 어떤 대상을 더 잘 알려고 하는가를 잘 판단해 어린이가 갖고 있는 소질이 어떤 것인가를 제때에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어 어린이의 소질을 정확히 찾아낸 다음에 그것을 재능으로 발휘할 수 있는 교육을 과학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재능교육을 잘하려면 무엇보다 어린이 개개인의 개성에 맞는 전문교육에 주력하면서도 일반교육을 강화해 높은 수준의 재능을 소유하도록 균형적인 교육을 해야 하며 어린이의 성장과정과 밀접하게 결부해 점차적으로 완성토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이 신문은 주장했다.

이와함께 교육자들은 어린이들이 자기의 재능을 남김없이 발휘할 수 있도록 △진지한 노력과 정열을 쏟도록 요구성을 높여야 하며 △필요한 교육조건을 충분히 보장해 줘야 한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북한 언론은 종전에도 여러차례 '수재교육을 높은 수준에서 실속있게 진행해 뛰어난 자질을 갖추고 특출한 과학기술적 성과를 이룩할 수 있는 20대, 30대 학사(석사급)와 박사를 더 많이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한때 조기 영재교육을 자본주의의 대표적 교육행태로 비난했던 북한이 이처럼 영재교육 강화를 적극 촉구하고 나선 것은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의 방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 언론에 따르면 김 총비서는 지난해 '수재(영재)는 아이 때에 찾아내야 한다. 컴퓨터 교육은 어려서부터 해야 은(효력)을 낼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으며 특히 지난 1월초에는 간부들에게 만경대학생소년궁전과 평양학생소년궁전, 이들 궁전의 부속학교인 금성제1, 2고등중학교에 컴퓨터 수재 양성반을 신설하고 전국적으로 수재학생들을 선발해 양성할 것을 강력히 지시했다.

세계 정보화의 흐름에 발맞춰 컴퓨터 교육을 강화하되 이를 영재교육과 밀접히 결합해 진행할 방침을 제시한 것이다.

김 총비서는 이에 앞서 지난 99년 과학원을 현지지도할 때에도 '우리에게는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칠만한 수재들이 많아야 한다. 앞으로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뛰어난 소질과 재능을 체계적으로 키우는데 힘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 총비서의 이러한 지시에 따라 만경대 및 평양학생소년궁전에 컴퓨터를 전담하는 부총장 직제가 새로 만들어지고 `컴퓨터 소조운영과'가 신설됐으며 금성제1, 2고등중학교에는 컴퓨터 전담 부교장과 컴퓨터강좌가 새로 설립됐다.

또 이곳 교사들은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평양컴퓨터기술대학', `조선컴퓨터센터' 등에서 근무하던 유능한 전문가들로 선발됐다.

북한은 이미 지난 84년 김 총비서의 지시에 따라 전국적으로 수학 등 자연과학에 소질과 재능을 가진 우수 학생들을 모집해 첫 영재육성 학교인 평양 제1고등중학교를 설립했다.

북한이 영재교육에 얼마나 힘을 쏟고 있는가 하는 것은 이 학교 교사들을 김일성종합대학과 김책공업종합대학 등에서 우수 졸업생들로 선발하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다.

북한은 이듬해인 지난 85년에 청진, 함흥 등 전국의 각 도(직할시) 소재지에도 1개 교씩, 80년 말에는 평양시내 각 구역에 이어 99년 3월부터 각 시ㆍ군(구역)까지 확대했다.

영재학교의 특성에 맞게 학생들을 엄선하고 학급당 학생수를 일반 학교의 50여 명과 달리 25명 안팎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교과서ㆍ참고서 등도 수재용으로 별도 제작,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과계통 종합대학인 김책공업종합대학의 체신학부 등 일부 학부에도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로 `수재반'을 편성했으며 이에 앞서 90년대 초부터 각 고등중학교에 수학ㆍ외국어ㆍ물리ㆍ화학 등 자연과목을 중심으로 수재반인 `7.15소조'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조기 영재교육을 통해 과학기술 강국을 꿈꾸고 있는 북한의 노력이 얼마나 결실을 거둘지 주목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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