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의료활동을 벌이다 추방당한 독일인 의사가 미국 월스트리저널에 기고한 글을 통해 북한 주민들이 처한 비참한 상황을 폭로하면서 북한에 대한 외부세계의 압력만이 북한주민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독일의 민간구호단체인 `카프아나무르' 소속으로 지난 99년7월부터 2000년12월까지 북한에서 의료활동을 벌이다 추방당한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씨는 17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에 `형무소 국가'라는 제목으로 기고한 글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폴러첸씨는 '잔혹한 제도 때문에 북한 주민들이 공포와 억압으로부터 고통받고 있다고 한 사람의 의사가 진단했다면 이 의사는 올바른 처방을 내리고 억압에 대항해 이를 폭로해야만 한다'면서 자신이 북한 실상을 폭로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그는 특히 독일인으로서 자신의 할아버지 세대가 나치 치하에서 침묵했던 과오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북한의 실상을 폭로하는 것이 자신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화상을 입은 환자를 위해 자신의 피부를 떼 이식수술을 한 후 북한 당국으로부터 친선메달을 받고 외국인들에게 접근이 제한된 지역까지 여행할 수 있는 `VIP 통행증'까지 발급받아 북한의 여러 지역을 두루 둘러 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일반 병원에서는 항생제와 간단한 수술기구는 물론 반창고와 외과수술용 메스도 찾아볼 수 없으며 굶주림과 공포에 사로잡힌 어린 환자들은 나이에 비해 너무나 왜소한 몸집으로 부서진 침대에서 죽을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폴러첸씨는 그러나 군인신분인 자신의 운전사가 다쳐 그가 입원한 병원을 방문하고서는 일반병원들과 다른 너무나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독일의 현대식 병원 못지 않은 이 병원에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와 초음파기기, 심전도, X선 촬영기기 등 최신설비를 갖추고 있었다고 전하면서 북한에는 군고위층과 엘리트 집단을 위한 세계와, 이들 이외 나머지 사람들이 비참하게 살아가야는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고 폭로했다.

그는 또한 계속된 흉년으로 북한의 식량난이 가중되면서 굶어죽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았으나, 국제사회의 구호식량이 이를 절박하게 필요로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점을 알고서는 자신의 너무나 순진한 생각을 갖고 있었음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사실상 북한의 모든 경제제체가 군대를 위한 준비를 갖추는데 몰두하고 있을 지라도 국제사회가 계속 북한주민을 계속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폴러첸씨는 북한주민들이 세뇌당한데다 두려움에 사로 잡혀 권력층을 타도할만한 능력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서 오로지 북한에 대한 외부세계의 압력만이 북한 주민의 생명을 구하고 북한내부의 개혁을 유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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