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작가들 가운데 건망증으로 가장 유명한 인물은 박세영과 김철이라고 조선문학 최근호(2000,11)가 소개했다.

특히 시인 박세영은 일제(日帝) 아래서 카프활동을 하던 20~30대 젊은 시절부터 건망증으로 많은 일화를 남겼다는 것이다.

박세영이 극작가 송영과 함께 길을 가다가 화장실에 들른 후 송영이 기다리는 것을 잊어버리고 이발소에 들른 일, 둘이 같이 방금 영화를 보고 나왔음에도 그 사실을 잊고 송영에게 열심히 영화의 줄거리를 설명한 일 등은 대표적인 일화라고 잡지는 전했다.

북한 최고의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김철의 건망증도 유명해 회의 중 옆자리에 앉은 절친한 후배작가 김진성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종이 위에 '숱한 성(姓)과 이름을 까맣게 쓴 후에야 겨우 이름을 기억해 낸 적도 있다'고 조선문학은 소개했다.

김진성은 이 사건전에 개인적인 용무로 찾아온 김철을 순간 몰라보고 '어디서 오셨습니까'라고 정중히 물었다가 그에게 크게 사과한 일이 있는데 김철이 회의중 자신의 이름을 망각한 것을 처음에는 '복수'로 생각했었다는 것이다.

조선문학은 '작가의 건망증은 정신적 노화나 무관심성이나 집중력의 소실의 결과인 것이 아니라 반대로 무한대한 정신적 환상과 자기 창작세계에 대한 남다른 심취와 정신적인 집중의 산물로 보아야 한다'고 해석하고 독자들에게 작가들의 건망증을 '애정'으로 보아 달라고 주문했다.

북한 '애국가'의 작사자인 박세영은 지난 89년 2월 말 사망했고 그의 생애는 90년대 후반 제작된 영화 `민족과 운명'시리즈 카프작가편(제34-38부)에서 재조명되기도 했다. 김철은 타고난 카리스마에 시인 특유의 고집과 열정, 유려한 시어 등으로 특히 문학 지망생들로부터 우상적인 존재로 일컬어지는 시인이다. 대표작으로 '어머니' '철의 도시에서'등이 있다.

김진성은 장편 '첫 기슭에서'로 김일성상 계관인 칭호를 받은 중견작가로 금성청년출판사 문예창작실장을 거쳐 현재는 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작가로 재직중인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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