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들이 과거와 달리 일부 보도에서 속보에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 주목된다.

대표적인 사례는 위성중계된 조선중앙TV가 15일 평양에서 벌어진 제14회 `만경대상' 국제마라톤대회 소식을 당일 저녁 8시 뉴스시간에 보도한 것이다.

물론 현지에 파견된 AFP 특파원보다는 4시간 가량 늦었지만 이전의 북한 언론 보도 행태에 비추어 보면 상당히 발빠른 행보다.

중앙TV는 지난해 4월 9일 평양에서 열린 제13회 국제마라톤대회 소식을 이 대회가 개최된 다음날인 10일 오후 8시 뉴스시간에 소개했었다.

북한 언론이 신속한 전달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이산가족 상봉단 교환 소식 보도다. 지난해 8월과 11월, 올들어 지난 2월 모두 세 차례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 교환방문 때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의 출발과 도착 소식을 상봉단이 출발 또는 도착한 지 4시간 내에 전했다.

또 라디오방송인 평양방송과 조선중앙방송, 중앙TV는 남북 이산가족 상봉단 1차 교환방문 때에는 상봉단 방문 둘째 날에 상봉단 소식을 전했으나 2차, 3차 상봉단 교환방문 때에는 상봉단 방문 첫 날 오후에 상봉단 소식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전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다.

때로는 외국 언론에 앞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북한 중앙방송은 지난 3월 1일 북한과 독일이 이날 대사급 외교관계를 수립했다고 보도, 외국 언론들의 눈총을 받았다. 중앙방송의 이 보도는 독일 베를린에서 북한과 독일 외교부 대표간 양국 수교를 위한 마지막 회의가 끝나자마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과 독일의 수교는 양국 대표들간 회의의 결과이기 때문에 두 나라 가운데 어느 나라가 먼저 발표하는가에 따라 누가 기사를 쓰느냐가 달려있었기 때문에 굳이 중앙방송의 특종이라고 하기에는 뭣하지만 당시 중앙방송의 기민한 대응만은 눈길을 끌었다.

올들어 북한은 독일뿐만 아니라 △네덜란드(1.15) △벨기에(1.23) △캐나다(2.6) △스페인(2.7) △룩셈부르크(3.5) △그리스(3.8) △브라질(3.9) △뉴질랜드(3.26) 등과 수교했으며 그 때마다 북한 언론들은 외신보다 몇 시간 늦거나 때론 빠르게 이들 국가와 수교 사실을 보도한 점도 주의깊게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 언론들은 노동당과 정권기관의 철저한 지휘 통제를 받기 때문에 제도적 변화없이는 속보 경쟁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는 지난해 8월 남한 언론사 대표들로 구성된 방북단과 만나 '보도 경쟁에서 북측 언론이 질 수 있으나 정확성에 관해서는 남측 언론 못지 않습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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