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사상 최초로 외국기업의 후원을 받아 준비한 평양국제 마라톤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김일성 주석의 생일을 기념, 15일 김일성 광장을 출발해 대동강변을 돌아오는 42.195㎞ 코스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지난달 마라톤 영웅 정성옥과 결혼한 김중원이 개인최고기록인 2시간11분48초의 기록으로 남자부 우승을 차지했다.

여자부 우승은 2시간28분36초를 기록한 정영옥에게 돌아갔다.

우승 상금 3천달러까지 거머쥔 김중원은 '위대한 수령 김일성 장군의 영도아래 매일 훈련을 했고 이제는 8월에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조국에 영광을 바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스포츠용품 제조업체 휠라(FILA)와 맥주회사 하이네켄, 영국의 유력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즈, 스위스 컴퓨터 업체 데이터액티비티 등 4개 업체가 스폰서로 나선 이번 대회에는 미국과 일본, 영국을 포함한 24개국 남녀 51명의 외국선수들이 참가, 500여명의 북한 건각들과 승부를 겨뤘다.

20만명의 군중이 코스를 따라 늘어서 열띤 응원을 보냈고 결승점인 김일성 광장에도 7만 관중이 입추의 여지 없이 들어차 낯선 방문객들을 환영했다.

2시간15분13초로 5위를 차지한 킴 길라드(호주)는 '올 때는 준비가 소홀하다고 생각했는데 성공적인 대회였다. 특히 선수들만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음식들은 최고였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사전에 이탈리아 음식인 파스타를 비롯해 과일과 야채 등이 적힌 음식 목록을 북한 관리들에게 전달했고 대회 조직위는 일부 식품을 중국에서 공수해 오는 등 준비에 만전을 기했다.

강성두 조선마라손협회 서기장은 '최선을 다해 북한을 찾은 외국 선수들을 환대했다'며 '이 대회가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고 말해 이 대회에 계속 외국 선수를 초청할 것임을 시사했다.

최근 북한과 수백만달러에 이르는 스포츠 지원 계약을 체결한 휠라가 외국 기업으로는 최초로 북한 공중파를 통해 광고를 내보내는 등 이 대회를 계기로 스포츠를 통한 북한의 문호개방은 속도를 더할 전망이다./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