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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이렇게 하자(6) ‘상호주의’ 원칙 철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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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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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대통령은 3가지 원칙을 천명하며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하였다. 긴급구호를 목적으로 한 대북지원은 조건없이, 민간부문의 경제 교류협력은 정경분리원칙에 따라, 그리고 당국간 협력은 상호주의원칙하에 추진하였다. 조건없는 대북지원과 정경분리원칙은 그동안 적지않은 성과를 도출하였으나 당국간 협력은 지난 2년 동안 3차례 차관급회담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남북한은 오는 6월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였다. 분단 반세기 남북관계에서 새로운 장이 열리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진전이 없던 당국간 협력에 새로운 기대를 갖게 하는 순간이었다. 당국간 협력은 북한 농촌개발과 사회간접시설확충에 집중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점은 이미 김대중 대통령이 베를린선언에서도 밝혔고 제1차 준비접촉시 북한쪽에 제시하기도 하였다. 문제는 향후 대규모 자금이 소요되고 미·일 등 우방국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남북 당국간 경협을 어떻게 상호주의원칙하에 추진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지난 24일 여야 영수회담은 중대한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국론을 결집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특히 남북협력시 국민부담에 대해서 국회동의를 받기로 하는 등 상호주의원칙을 고수하기로 한 것은 과거 북한의 변칙적인 행태에 대해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안심시켜주었다. 그러나 정치권의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초당적 지지나 상호주의 원칙 고수라는 원론적 차원에서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상호주의 원칙이 구체적으로 적용될 경우 우리 내부에서 뿐만 아니라 남북관계에서도 적지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상호주의는 서로가 이익을 도모하는 호혜의 원칙이다. 서로가 협력의 과실에 대해 기대할 때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상호주의는 서로가 주고 받는 보상을 통해 발전하는 것이지만 현재의 남북간 신뢰수준이나 협력경험 그리고 남북간 격차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의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장기적 파급효과를 기대하자는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북한의 태도가 민족대단결의 북한식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분단 50년간 실패한 북한체제가 정책변화를 시도하지 않는다면 신축적 상호주의는 무조건적 지원과 다를 바가 없다. 일방적 지원의 형태로 대규모 경제협력을 추진한다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식의 비경제적 지원이기 때문에 남과 북 모두에 이로운 정책이 될 수 없다.

또한 북한은 공짜로 얻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얻어내는 것을 전략적 성공으로 간주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북한의 인식과 태도가 상호주의의 걸림돌이라면 이같은 북한의 행태와 정책을 바꾸게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상호주의원칙의 고수뿐이다. 다행히 지난 1차 접촉에서 북한측이 상호명분경쟁을 지양하고 실질문제토의를 비공개로 제의한 것을 볼 때 북한도 묵시적으로 상호주의원칙을 수용하지 않았나 기대해봄직 하다.

북한이 진정 불신과 대결자세를 청산하고 ‘지원획득극대화’전략에서 경제개발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면 이제 문제는 상호주의원칙을 현실에 적용할 방안을 구체화해야 할 때이다.

우선 상호주의원칙은 경협문제 자체에서부터 지켜져야 한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농업개발문제, 사회간접시설 확충 등은 계획수립단계에서부터 타당성 검토, 자금조달문제, 세부사업추진시 운영방식과 절차, 그리고 자금상환방식에 이르기까지 합리적 경제논리에 입각한 상호주의가 적용되어야 한다.

또한 상호주의는 경제협력분야 이외에 포괄적으로 적용될 경우 과거 동서독의 사례에서 보듯이 경제지원이 정치적, 인도적 측면에서 상응하는 보답으로 발전했던 경험을 참고해야 할 것이다.

당국간 경제협력에서의 상호주의는 등가성도 동시성도 요구하지 않는 신축적 상호주의다. 그러나 조건없이 북한지도층에게만 이로운 시혜적 지원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동안 대북포용정책을 통해 남한주민들과 정부당국에 대한 북한의 불신과 적대감이 감소되었다면, 그리고 극심한 식량난과 체제압살의 공포로 인한 극한상황에서 북한이 이제 벗어났다면 앞으로는 남북간 상호이익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상생의 시대를 열어가야 할 것이다. 이같은 호혜적 관계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꾸준히 확대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호주의원칙을 소리없이, 그러나 철저하게 구체적 현실에서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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