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가정주부들이나 직장여성들 사이에는 계 모임이 활발하다. 은행에 돈을 저축해도 필요할 때 찾아 쓰기 어렵고, 대출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목돈 마련의 방법이 달리 없다. 집안의 관혼상제에 대비한 유일한 저축수단이 계모임이다. 돈이 있어도 식량을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식량 계가 더욱 유행이다.

주로 입쌀(백미)과 옥수수쌀 계가 많다. 입쌀은 집안의 아주 중요한 행사에 대비하는 것이고, 옥수수쌀은 결혼식 등 많은 손님을 치를 때 국수 장만을 위한 것이다. 돈을 모으는 계도 있지만 쌀보다 드물고, 주로 직장 여성들 사이에 유행하고 있다. 쌀의 경우 배급 때마다 대개 한 되씩 모아 한 사람에게 몰아준다. 돈은 북한돈 10원(노동자 월급은 100원 정도) 정도이다.

계모임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가정주부들이 거의 망라돼 있다. 보통 10~20가구씩 계모임을 만든다. 계에 들지 못하는 집은 신용을 잃은 사람들이다. ‘왕따’인 셈이다. 생활의 여유가 있는 집도 계모임에 적극 참여한다.

계모임은 이웃간에 친목을 다져주고 생활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이웃의 가까운 사람끼리 하기 때문에 계가 펑크나는 사고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매우 드물게 사고가 나면 인민보안성(경찰)에서 조사를 하기도 한다.

/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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