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라디오 방송인 평양방송과 조선중앙방송은 12일 오후 1시 남한 가수 김연자씨의 지난 7일 평양 공연을 녹음방송으로 내보냈다.

김씨는 먼저 북한 가요 `반갑습니다'를 첫 곡으로 부른 뒤 `불효자는 웁니다', `타향살이', `비내리는 고모령', `눈물젖은 두만강', `칠갑산' 등 남측 주민들의 애창곡으로 공연을 시작했다.

평양ㆍ중앙방송을 타고 흘러 나오는 그의 목소리는 바로 곁에서 듣는 것처럼 잡음없이 깨끗하게 들렸다.

북한 방송들에서 흘러나오는 그의 노래를 듣는 순간 서울과 평양은 지척인 듯했다. 특히 지난해 6월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화해와 평화의 분위기로 바뀌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북한 방송들의 김씨 공연 소개는 북한 아나운서가 노래 제목을 미리 알려주고 이어 김씨가 노래를 부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북한 관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관객들은 김씨의 노래가 끝날 때마다 힘찬 박수로 화답했다.

40분 가량 소개된 공연에서 김씨는 남한 노래뿐 아니라 `반갑습니다' `휘파람' `도시처녀 시집와요' 등 북한의 인기 가요를 불렀으며 `우리의 소원'에 이어 `다시 만납시다'로 끝을 맺었다.

북한 방송들은 김씨가 '통일의 염원을 안고 제19차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했다'면서 이례적으로 그의 평양 공연 실황을 주민들에게 거의 그대로 중계했다.

남한 가수로는 처음으로 김일성 주석 생일(4.15) 행사의 하나인 `4월의 봄 친선예술축전'에 참가했던 김씨는 11일에는 함경남도 함흥으로 자리를 옮겨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지켜보는 가운데 또 한 차례 공연했다. 김 총비서는 이날 김씨 일행을 위해 만찬을 베풀기도 하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북한 방송들이 `남조선 가수' 김씨의 평양 공연을 비록 녹음이긴 하지만 실황 중계한 것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이산가족 상봉단 교환 방문, 남북 국방장관회담, 시드니 올림픽 개막식 남북 선수단 공동입장 등과 함께 남북 관계가 화합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만하다.

북측이 김씨의 평양 공연을 주민들에게도 소개하고 김 총비서도 환대해 준 만큼 이번 공연을 계기로 남북 간에 대중문화 교류의 물꼬가 트이길 기대해 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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