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영웅'의 나라다. 김일성주석-김정일총비서는 물론 인민군 병사, 일반 노동자들에게까지 `영웅'칭호가 주어지고 있다.

영웅은 '공화국영웅'과 '노력영웅'으로 분류된다. '공화국영웅'은 국가안보나 국위선양,또는 김일성주석-김정일 총비서에 목숨을 바쳐 헌신한 사람에게, '노력영웅'은 사회 각 분야에서 공을 세운 주민들에게 주어진다.

지금까지 '영웅' 칭호를 받은 사람의 숫자는 구체적으로 꼽기 어려울 만큼 많다.

지난 95년에는 154명이나 '영웅'칭호를 받았다.

금년들어서는 김정일 총비서가 주창한 `신사고'에 초점을 맞춘 듯 새로운 시대의 표상으로 '영웅적 사나이'가 제시되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영웅적인 사나이'의 특징으로 △남들이 하나도 하기 어렵다고 도리질할때 열,백가지도 해내겠다고 접어들며 △보통사람들이 입을 딱 벌릴 정도로 궁냥(궁리)을 크게 하고 요란하게 판을 벌이며 △기성관례를 뛰어넘고 상식을 뒤집어 놓으며 일을 하는 것 등 세가지를 꼽고 있다.

'영웅'은 물론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많은 여성들에게도 `영웅'칭호가 주어졌는데 이들 가운데 마라톤의 여왕 정성옥, 전천군 상업관리소장 정춘실,과학원 식물학연구소 연구사 백설희 등이 근래들어 가장 유명하다.

'영웅'칭호는 강원도 이천군 이천읍에 있는 수령 800년의 은행나무에도 주어졌다. 6.25전쟁때 미군 비행기가 이 나무에 의지해 은폐해 있던 자동차를 발견하고 공격하다가 오히려 이 나무에 부딪혀 파손된 것을 기리기 위해 은행나무에 '영웅'칭호를 부여한 것이다.

최근에 착공된 평양-남포 고속도로에도 '청년영웅도로'라는 독특한 이름이 붙었다. '청년돌격대원들과 군인 건설자들의 영웅적인 투쟁에 의해 평양-남포고속도로가 노동당 시대의 대 기념비적 창조물로 완공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

한편 각급학교의 교명을 '영웅'의 이름을 따 바꾸는 작업도 90년대 들어 본격화했다. '공화국영웅'칭호를 받은 사람들에게는 출신학교를 그들의 이름으로 바꾸는 특별한 헤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난해에 개명된 고등중학교는 30여개교에 이른다. 그 가운데는 김일성주석의 75회 생일(1987년)때 행사준비를 하다 과로사한 김창복의 이름을 따 평양의 한 고등중학교의 이름을 '김창복 고등중학교'로 바꾼 사례도 있다. 한 학교에서 여러명의 '영웅'이 배출되면 아예 학교 이름앞에 '영웅'을 넣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영웅 강동고등중학교'식으로 개명하는 것이다.

북한에서 '영웅'의 역사는 정권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예를들어 6.25전쟁때는 '전쟁영웅'이, 천리마운동이 본격화되던 50년대 후반부터 60년대까지는'노력영웅'이, 그리고 '3대혁명의 시기인 70년대 초~80년대 중반에는 '과학기술영웅'들이 주를 이뤘다.

80년대 후반이후 지금까지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비서 체제를 수호키 위해 목숨을 바쳤다는 군인,혁명투사들이 재조명되면서 '영웅'으로 부각되고 있다.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 노인과 99년 6월의 서해사건때 사망한 병사들, 김정일총비서의 초상화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버린 이복지 등이 이 상황과 맞물려 나온 대표적인 '영웅'들이다.

평양의 언론들은 이들의 행동과 신념을 '수령숭배정신'으로 규정, 특별히 이들을 '총폭탄 영웅'이라고 부르고 있다. 대중월간 천리마 최근호는 이들이 남긴 마지막 말과 글을 아래와 같이 게재하고 전 주민에게 따라 배울것을 강조하고 있다.

▲'살아도 죽어도 한별정신으로' (차광수) = '한별'은 김일성주석을 의미하며, 차광수는 김일성주석의 항일무장투쟁시절의 혁명동료이다.

▲'사령부는 조선혁명의 심장'(오중흡)= 오중흡 역시 김일성주석의 항일무장투쟁 시절의 동료로 이 말 역시 김주석을 '조선혁명의 심장'으로 비유하며 그에 대한 철저한 헌신을 강조한다.

▲'하나밖에 없는 조국을 위하여' (이수복) = 이수복은 북한의 6.25전쟁 영웅으로 체제보위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자주 인용된다.

▲'장군님품에 영생하리라'(길영조)= 길영조는 지난 90년대 초 전투기 조종훈련중 비행기가 고장났으나 잘못 추락할 경우 많은 인명피해 날것을 우려해 자신의 목숨을 버려가며 인명을 구한 공군 조종사이다. 길영조는 북한공군 제884부대에 소속돼 있었는데 김정일총비서는 지난 10일 이 부대를 시찰하고 '길영조 영웅을 비롯한 수많은 위훈자를 배출한 오랜 투쟁전통을 가지고 있는 비행부대'라고 치하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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