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데리고 평양제1백화점에서 쇼핑하고 있는 주부

북한의 백화점은 각도에 한개 이상씩 있다. 일반상점들은 군(도시는 구역)인민위원회 산하의 상업관리소가 상품 공급과 관리를 지도하는 반면, 도시의 백화점들은 시 인민위원회의 상업관리국이 직접 지도관리를 담당 한다. 수입품을 취급하는 백화점들은 노동당이나, 특수기관이 직접 지도 관리한다.

원래 백화점은 공급제를 기본으로 하지 않는다. 특정 행정구역에 소속돼 그 지역 주민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품이 부족하기 때문에 백화점에서도 가능한한 상품권을 발급하여 공급하려고 한다. 이때도 구역마다 있는 상점과는 달리 기관이나 구역행정위 등을 대상으로 하여 상품권을 발급해 준다. 그리고 시민들에게는 공업상품 구매권수첩들이 있는데, 상품권을 받으면 구매권과 돈을 함께 가지고 가서 해당 상품을 구입 하게 된다.

그리고 북한상점들에 가 보면 진열된 상품들은 비교적 많은데 이는 팔려고 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외국손님들이 불쑥 나타날 때를 대비한 것이다. 외국손님이 달라면 주겠지만 주민들에게는 파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들은 외국인이 상점에서 상품을 살 때 외국사람 옆에서 함께 상품을 요구 하기도 한다. 그러면 판매원은 그 사람 것까지 함께 주지 않을 수 없다. 외국인이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막기위해 인민반 회의에서 개인이기주의를 버리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백화점에서 가장 가슴 아픈 것이 완구매장 앞에서 어린아이들이 진열 상품을 사 달라고 울며 불며 떼를 쓰는 것을 볼 때이다. 어른들이야 그런대로 참고 살면 되겠지만 아이들이야 어디 그런가. 일단 마음에 드는 것을 보면 가지지 않고서는 직성이 풀리지 않는 것은 북한 아이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아이 어머니는 판매원에게 사정을 해보지만 판매원은 냉담하기만 하다. 그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이런 아이들이 한 둘이어야 말인가. 매일 수백번씩 겪는 일이니 판매원의 심장도 굳세졌을 것이다. 사정하다 말고 우는 아이를 쥐어 박으며 백화점에서 끌고 나오는 어머니의 입에서 "왜 팔지도 않을 상품을 진열하느냐"는 원망이 터져 나온다.

어머니는 아이의 작은 요구 마저 들어주지 못하는 자신이 민망스러웠는지, 아니면 아이를 때린 것이 가슴 아픈지 두눈에 이슬이 맺힌다. 어린이들을 더는 울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북한 당국은 특단의 경제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게 바로 개혁이고 개방이 아닐까.

/조명철ㆍ전 김일성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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