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남북한을 동시에 방문할 예정이었던 독일 의회대표단의 북한 방문 계획이 취소됐다고 하르트무트 코시크(기사당) 독일 하원의원이 5일 밝혔다.

한-독 의원협회 회장인 코시크 의원은 북한측이 독일 의회대표단의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통한 입북을 거부함에 따라 북한을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코시크 의원이 이끄는 7명의 독일 의회 대표단은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5일까지 남한을 거쳐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통과해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었으나 북한 방문을 취소함으로써 남한만 방문할 예정이다.

코시크 의원은 북한측이 독일 의회대표단에게 전세기로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들어올 것을 요구했으며 언론인의 동행에 대해 거부의사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독일 의회대표단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양국 의회간 직접 교류의 기회가 무산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표단은 또 지난달 1일 이뤄진 북한과 독일의 대사급 외교관계가 수립, 그리고 북한에 3만t의 쇠고기를 지원하기로 한 전날 독일 정부의 결정을 감안할 때 북한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코시크 의원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박현보 독일주재 북한 이익대표부 대표와 개인적인 대화를 통해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독일 분데스타크(하원)와 대화를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독일 의회 대표단이 북한 방문을 취소한 것은 북한측이 판문점 통과를 거부한 것 이외에도 북한이 독일 기자들의 동행취재를 허용할 준비가 전혀 돼있지 않은 것도 중요한 이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과 북한은 국교수립 협상에서 언론 취재를 상호 허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으나 이번 독일 의회 대표단의 방북 무산은 북한이 아직 서방 언론의 북한내 취재에 부담을 갖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독일 의회 대표단은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이한동(李漢東) 총리 및 재계 지도자들과 면담을 갖고 비무장지대를 둘러볼 예정이다./베를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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