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질문:김창기 정치부장

이회창(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가 23일 전당대회 총재경선 출마 선언을 앞두고 조선일보 김창기(김창기) 정치부장과 단독 인터뷰를 가졌다. 이 총재는 여야 상생(상생)의 장래를 걱정하고,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선 평양에 끌려가는 듯한 분위기를 우려했다.

―만약 총재로 재선된다면 당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만약 당원들이 다시 한번 지지해 준다면 제2 창당의 각오로 당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겠다. 한나라당은 새로운 21세기 당으로 출발할 것이다. ”

―총선 이후 여야가 한 목소리로 ‘상생의 정치’를 말한다. 실제로 정착되려면 여권(여권)이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상호 신뢰와 민주주의적 발상이 필요하다. ‘신뢰’란 서로가 서로의 위치를 인정하고 국정을 함께 이끌어가는 주체로서 대접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적 발상’은 선거로 결정된 구도를 존중하는 자세다. 여당이 ‘여소야대(여소야대)로는 안되니 어떻게든 여대야소(여대야소)로 바꿔야겠다’는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야당을 다시 압박하는 한 내가 말해온 ‘상생의 정치’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여당 중진의 ‘피바람’ 발언, 청와대 수석의 ‘소수(소수)의 단결’ 운운, 여당 연수회에서 나온 ‘국정방해 세력’ 발언 등을 접하면서 여권이 근본적으로 ‘상생의 정치’를 향한 마음가짐이 돼 있는 것인지 걱정하게 된다. ”

―야당은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지난 2년여의 대여(대여) 투쟁은 여당의 압박에 대한 부득이한 항거였다. 그렇지 않다면 극한투쟁은 할 필요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다. 정책대결은 어렵지 않다. 문제는 아주 부당한 정책에 대해 야당이 시정이나 철회를 요구해도 거부할 때 어떻게 우리의 반대를 관철시킬 것이냐인데, 이때는 투쟁의 강도가 문제가 될 것이다. ”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초당적(초당적)으로 지지하겠다고 했다. 회담 의의를 어떻게 평가하나.

“남북문제를 해결해가는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첫 일을 풀었다. 즉, 지금까지는 미·북 양자(량자) 혹은 KEDO 방식의 다자(다자) 대화만 있었는데, 북측의 거부로 안됐던 남북 당사자간 대화가, 더구나 정상간에 이뤄진다면 남북관계에 획기적 진전을 가져올 수 있다. 의미를 높이 평가한다. ”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현재 정부의 자세나 태도를 어떻게 보나.

“‘초당적으로 협력’한다 해놓고 트집잡는 것 같아 말하기가 쉽지 않다. 북의 의도에 관해 여러 세심한 고려를 해야 하는데 대북(대북) 인식이 너무 단순하고 무지개 빛이 아닌가 걱정스럽다. ”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정당 대표를 참여시킨다는 것만 해도 그렇다. 정상회담이란, 말 그대로 정상끼리 만나 핵심적인 문제를 풀기 위한 것인데 그 자리에 정당대표·사회단체대표들이 수행해 가서 모양을 갖추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문제다. 또 그동안의 경과를 보면 양 정상은 ‘상봉’만 하고, ‘회담‘은 최고위급이라는 김영남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 또 북한측이 그동안 정상회담의 전제로 내걸었던 조건에 대해 어떤 ‘밀약’이 없었느냐는 점이다. 정부는 없다고 부인하지만, 김대중 정부 스스로 ‘상호주의 원칙’을 내세웠던 비료를 이번에는 ‘인도적 지원’이란 명분 아래 보내는 걸 보면 ‘사전 약속’의 이행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 ”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꼭 해야 할 것 또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어떤 거라고 생각하는가.

“이산가족 상봉, 실향민 문제 등도 매우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것은 정상이 만나서 전쟁 위협을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시켜 통일의 길을 닦는 것이다. 전쟁위협을 해소하지 않고 경제협력만 하면 별 의미가 없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즉 핵, 미사일 개발에 대해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 회담 성공을 위해 완급 조절은 있을 수 있지만 탈북자 인권문제도 짚어야 한다. 이번 회담은 우리 쪽에서 적극 나서서 어렵게 성사시킨 만큼, 북한이 고삐를 잡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는 실패의 부담이 크다고 해서 북한의 어려운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주한미군 철수나 보안법 철폐 등 우리 안보나 대한민국 정체성을 위협하는 요구에는 단호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 무조건 양보가 능사는 아니다. 확고한 입장을 밝히면서 그 위에서 협상한다는 자세가 중요하다. ”

―5월 31일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새 총재를 뽑는다. 경선에 출마한 다른 후보 3명은 당이 이 총재의 사당화(사당화)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사실과 다른 말이다. 당 형편이, 총재인 내가 이른바 ‘3김식 정당’처럼 맘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은 그 분들도 잘 안다. 어느 당에나 주류, 비주류는 있게 마련이다. 나는 당원들 뜻에 따라 선출됐고 당내 모든 기구를 민주적으로 운영해왔다고 자부한다. 다만,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에도 당의 앞날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마지막 결정은 총재의 고뇌와 결단에 맡겨야 할 때가 있는데 이를 독선이라 할 수는 없지 않나. ”

―만일 한나라당이 집권한다면, 이 총재가 비판해온 ‘검찰을 동원한 보복’ ‘야당의원 빼 가기’ ‘특정 지연·학맥의 싹쓸이 인사’를 해소할 구체적 복안이 있나.

“물론이다. 정치적 보복 단절은 정치의 낡은 껍질을 깨뜨리는 각오가 필요하다. 특히 정권교체에 의한 정치보복은 얼마나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왔는지 모른다. 그것 때문에 대통령제에 대한 회의까지 제기된다. 정치보복 단절의 한 방법으로, 정권이 새출발을 할 때 대화합적 결단으로 정치 보복의 자료가 될 수 있는 과거사에 대한 청산적 결단도 필요하다.

검찰권의 정치도구화를 막으려면 집권자의 근본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야당일 때는 검찰권을 비판하다가 정권 잡으면 권력의 도구로 활용하게 되는 것은 정치를 정치력으로 풀지 않고 야당의 약점을 잡아 압박하려 하기 때문이다.

편파 인사도, 어떤 제도를 갖추더라도 집권자의 의지가 없으면 어떤 모양으로든 편파인사를 하게된다. 편파 인사의 폐단은 그 이익보다 몇 배의 불이익을 집권자 자신에게 돌려준다. 집권 초기부터 깜짝 놀랄 정도로 반(반)편파적인 인사를 한다면 국민이 지지할 것이다. ”

/정리=김창균기자 ck-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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