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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 이렇게 하자 (5) 서울 답방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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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0.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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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의 남북 정상회담이 역사적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이번 정상회담이 한번의 만남으로 끝나는 1회용이나 단발형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이번 회담의 의미는 정상차원에서 통일을 향한 긴 여정이 시작된다는 데 있다.

도대체 분단 반세기에 걸쳐 쌓여온 어려운 문제들을 한번의 만남에서 해결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회담을 계기로 앞으로 남북 두 정상들이 자주 만날 수 있다면 그 자체로서 남북관계는 평화와 통일을 향한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정상들이 만나는 동안만이라도 한반도에는 평화와 통일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지속되며 적어도 남북 쌍방이 상대를 자극하는 극단적인 일들은 자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김대중 대통령이 6월14일 평양회담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올 때 국민에 줄 가장 큰 선물은 김정일 위원장과 서울에서 차기회담을 개최하기로 제의했다는 소식일 것이다. 독일에서도 70년 3월 첫 정상회담이 있은 지 두 달만에 두 번째 회담이 열렸고 모두 합쳐 9차례의 정상회담이 있었다.

한반도의 경우 94년 정상회담의 준비접촉에서 2차 회담에 대해 논의했던 적이 있었다. 북측의 반응도 부정적인 것은 아니었다. 우리측이 차기회담 문제를 거론하자 북측은 첫 정상회담의 준비접촉에서 다음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그 문제는 정상이 직접 만나 얘기하도록 하자고 했다.

차기회담에 대한 합의를 정상의 몫으로 떠 넘기자는 주장이었지만 실제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 일이긴 하지만 만약 예정대로 94년 7월 25일에 평양에서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면 차기 회담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적어도 한 두차례 정상회담이 더 열렸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이번 평양회담에서 차기 회담에 대한 합의가 관철되어 실제로 두 번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그 장소는 서울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 회의가 평양에서 열렸기 때문에 다음 회의는 서울에서 해야한다는 식의 경직된 상호주의를 고집해서만은 아니다. 북한의 최고 실력자가 남쪽에 와서 우리의 실상을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더욱 더 중요한 것은 김정일이 서울에서 2차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하고 서울에 올 경우 그것은 당사자 해결원칙에 입각해서 민족문제를 직접 풀어가겠다는 김정일의 적극적 의지 표명으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이 그러한 적극적 의지를 갖지 않는 한, 정상회담의 성과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미루어 보면 이번 정상회담에서 차기 회담을 서울에서 개최하기로 하는 합의가 이루어질 전망이 낙관적이지는 않다. 여러 가지 사정이 94년과는 상당히 다르기 때문이다.

94년의 경우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고 경제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북한은 국제적 고립으로부터의 탈출과 국내적 경제위기의 보다 근본적인 해결이라는 두 가지 고려 때문에 정상회담을 수용했었다. 카터를 통해 전달된 정상회담 개최에 관한 김일성의 메시지는 백지위임이라는 인상을 줄 정도로 아무런 조건도 달려 있지 않는 파격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차기회담에 대한 합의 가능성을 반드시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그간에 알려진 김정일의 성격이나 통치 스타일을 고려하면 북측이 파격적인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뿐만 아니라 북측의 입장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은 필요하다. 우리가 제공하겠다고 발표한 경제지원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미국과 일본과의 협상에서 남북관계를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도 이번 회담을 일회용으로 끝내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바로 이 대목이 우리로서는 매우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 일본과 긴밀한 협력체제를 유지하면서 중국의 지원사격을 얻어 회담의 속도와 강도를 적절히 조절하면 북측의 전략에 휘말려 들지 않으면서 한반도에서 새로운 평화공존체제를 구축하는 중심축으로서 남북정상회담이 그 역사적 소임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정종욱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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