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강대국간의 제3차대전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가. 어느날 갑자기 지구촌 어느 곳에서 핵이 터질 가능성은 없는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국지전의 포연은 과연 언제쯤 사그라질까. 더구나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 우리에겐 중국과 일본의 군사대국화 가능성,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위협 등 안보문제가 그 무엇보다 핵심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신예 국방전문가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이클 오한론(Michael O’Hanlon) 선임연구원을 작년 12월17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전쟁과 무기, 그리고 평화에 대한 전망을 들었다. /편집자

【워싱턴 DC=주용중기자】

―강대국간의 3차 세계대전이 21세기에 발발할 가능성은 있는가.

“향후 20여년간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이 개입하는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가능성은 있으나, 양국이 전쟁까지는 가지 않는 방법을 찾으리라 본다. 다만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전투나 일부 지역에서 대량 살상무기가 사용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

―냉전 종식과 구 소련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세계 곳곳에서 국지전이 오히려 증가됐다는 얘기도 있다. 세기가 바뀌면 국지전(국지전)은 어떤 추세를 보이리라 예상하는가.

“냉전 중에도, 냉전 후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포화가 끊이지 않았으나 꼭 국지전이 증가했다고 볼 수는 없다. 지난 수십년 동안 각종 전쟁에서 발생한 사상자 수는 연평균 50만명 정도 선에서 오르락내리락했다. 참으로 비극적이다. 이 숫자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본질적인 문제다. 이제 세계 각국이 국지전의 해소를 위해 노력할 계기가 왔다고 본다.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아직도 많은 내전이 진행되고 있는데 국제사회가 이를 등한시해왔다는 생각이다. ”

―‘기술변화와 전쟁의 미래’라는 책을 집필하고 있다고 들었다. 국방 전문가들은 군사혁신(RMA)이란 용어까지 사용하고 있는데, 기술 발전이 군사부문에 끼칠 영향력에 대해서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현재의 군사기술 발전 속도를 20세기 평균 발전 속도와 비교했을 때 그리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 응용기술의 발전이 눈부시고, 생화학 무기 등에 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항공역학, 엔진, 대포, 전함 등 분야에서 그 속도, 용량 등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는 않다. 따라서 우리는 RMA라는 거창한 개념에 대해 보다 회의적일 필요가 있다. 다만 각국이 탱크, 전함, 전투기 대신 전산 장비, 컴퓨터, 센서 등에 더 많은 국방예산을 쓰는 추세가 한층 강화될 것이다. ”

―어떤 종류의 무기들이 이번 세기에 각광을 받을 것으로 보는가.

“위성기술과 결합, 정교하게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유도탄 시스템이 가장 중요한 현상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앞으로 많은 국가가 이런 기술을 보유하게 된다. ”

―몇 나라 정도가 이런 기술을 가지게 될 것으로 전망하는가.

“향후 20년 내에 중국이 이러한 기술을 보유할 것이 확실시된다. 예를 들어 대만에 가는 배들을 위성을 이용, 격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란도 이런 기술을 보유할 수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런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위성을 보유해야 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나라의 상업용 위성을 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각국의 상업용 위성이 테러리스트나 특정국가에 이런 목적으로 공급되지 않도록 막는 것이 필요하다. ”

―21세기에도 미국의 초군사대국 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는가. 중국과 일본의 군사력은 어떻게 전망하는가.

“98년도 세계 각국의 국방예산을 합치면 8000억달러 정도 되는데, 미국의 국방예산이 2700억달러다. 미국의 국방비, 경제력과 군사력 규모, 전 세계에 걸친 군대의 주둔 등에 비춰볼 때 내 생애 동안 미국을 넘보는 군사강국이 출현할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아직 기술적으로 한참 뒤져 있다. 중국은 향후 남사(남사) 군도 등 남지나상에서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지역강국에 머물 것으로 본다. 중국이 한반도에 관해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통제하고자 하는 이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물론 북한이 갑자기 붕괴하면 미국을 한반도에서 구축하기 위해 무력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은 미국이 제공해온 안보에 계속 무임승차할 것으로 예측된다. 더구나 주변 국가들은 일본이 다시 군사대국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GDP의 1%만 국방비로 지출하는 현 상태에 만족할 것이다. ”

―동아-태 지역에 미군을 10만명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국방부의 전략보고서에 대해 미국내에서는 비판적인 견해도 있는 것 같은데….

“오키나와에 해병대가 주둔하는 것은 일본내 여론이나 기동성 등을 감안할 때 문제가 있다는 것이 내 입장이다. 오키나와의 해병대 병력은 철수시키되, 군사장비는 더 많이 대기시켜 놓은 뒤 유사시 병력은 본토에서 수송하고 장비만 오키나와에서 이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국 주둔군은 그대로 유지하되, 8만명 정도의 병력을 동아-태 지역에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

―북한이 남한을 침공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가. 또 북한의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 위협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단시간 내에 서울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능력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북한이 남한을 효과적으로 침공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고 평가된다. 도발 후 초기에는 일부 전과를 올릴 수도 있겠지만 결국 패할 것이라는 것을 북한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은 나라를 잃게 될 것이다. 일단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과 남한 정부는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고 한반도 전체에 대한 통제력을 확보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 개발은 염려스러운 측면이 있다. 북한은 명백하게 다른 국가들을 상대로 협박하고 공갈할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북한에 국제사회와 협력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

―남한의 국방 정책에 대해 조언할 것이 있다면.

“남한의 대북한 억지능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있다. 그러나 생화학전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레이더 기술을 항공망과 연결시키는 능력, 즉 적의 미사일, 대포 등의 발사가 감지되면 발사지를 추적해 그 정보를 아군 전투기에 전달, 적군의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체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또 북한이 4자회담이나 미-북회담의 의제설정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용납하기보다는 먼저 남한과 미국이, ‘군축협상에 임할 경우 더 많은 지원을 미국, 일본, 한국으로부터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을 북한에 해봄직하다고 생각한다. ”

―핵무기 보유국이 늘어가고 있는 데다, 구 소련으로부터의 핵무기 유출 가능성도 점쳐지는 등 핵이 어느날 갑자기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러시아의 경제위기에 따른 핵무기 유출 가능성이 큰 문제다. 서방세계가 러시아의 부채를 탕감해 러시아 경제회복을 제 궤도에 올려 놓아야 핵무기들이 불법적으로 유출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을 것이다.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서는 주지하다시피 이란, 이라크, 북한 등이 요주의 대상이다. ”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추진중인 ‘전역 미사일 방위체계(TMD·Theatre Missile Defense)’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TMD 계획은 계속될 것이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미사일을 판매할 것이고, 중국이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미사일 개발을 진척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좀 불확실하긴 하지만 결국 대만에도 미사일을 판매하게 될 것이다. 다만,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할 수는 있겠지만 중국과 북한이 수백기의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TMD가 이들 모두를 방어할 수 있으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따라서 TMD는 부분적인 조치로서 충분히 의의가 있지만 그 자체로서 완벽한 보호체제는 아니다. ”

―미국의 21세기 국방예산은 어떻게 변화할 것으로 보는가.

“많은 논자들이 군사 문제에 혁신적 변화가 올 것으로 믿거나, 아니면 여러 이유로 국방예산의 감축을 주장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 같지는 않다. 실질적인 변화는 매우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다. 노후되고 있는 많은 군사장비를 대체하기 위한 비용이 계속 소요될 것이고, 미래의 최첨단 장비 등에 당장 필요 이상으로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붓지는 않을 것이다. 또 미군은 그 동안 규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기 때문에 점진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급격한 군비축소는 없을 것이다. ”

―‘포함(포함)외교’라는 말이 있듯이 군사력은 지금까지 국제정치에서 힘의 원천이었다. 냉전 이후 군사력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견해도 있는데, 21세기 국제무대에서 군사력의 역할은 어떨 것으로 전망하는가.

“강대국들 간의 관계에서 군사력의 역할은 줄어들 것이다. 강대국들이 영토확장 문제 때문에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동 산유지역이나 대만 등지에서 자원이나 특정 지역의 주권 문제를 놓고 다툴 가능성은 여전히 있고, 그럴 경우 군사력이 파워의 배경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

/midway@chosun.com세계각국의 국방비 총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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