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서울 답방(答訪)은 하반기로 늦춰질 것인가.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김 위원장의 상반기 답방은 어려울 것’이라는 북한 최고인민회의(국회) 한 대의원의 발언을 놓고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이 발언이, 3월 13일 열기로 했던 5차 장관급회담과 3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4차 적십자회담을 북한측이 일방적으로 연기한 데 이어 나온 것이란 점에서 주목하고 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3일 “북측 관계자의 발언을 일단 ‘개인적인 것’으로 평가하지만, 정부는 북한 내부의 움직임과 미·북관계 등 종합적인 상황을 감안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상반기 성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일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하반기로 늦추겠다는 메시지를 우리측에 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번 국제의원연맹(IPU) 총회에서 남측 대표단과의 만남이 예견돼 있었다는 점에서, 북측이 의도적으로 이 같은 입장을 흘렸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 체제의 특성상 최고 지도자의 일정에 대해서는 노동당 비서도 함부로 언급하지 못하는데, 이를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상부의 지시’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다.

유호열(柳浩烈) 고려대 교수는 “북한 대의원의 발언은 일종의 의도가 있다고 본다”면서 “북한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를 다녀온 뒤, 중국과 러시아 등과 의견 조율을 거치고, 미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이 윤곽이 잡히는 5~6월이 지나,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결정하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성윤(姜聲允) 동국대 교수는 “북한 내부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늦춰질 가능성이 많다는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이미 북한 내부에선 김 위원장의 상반기 답방이 어려울 것이란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 김인구 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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