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최근 `한반도 분단 책임자'로서 미국을 비난하면서 `민족 자주통일'을 위한 남북한 간의 공조를 부쩍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2일에만도 △미제는 조국통일을 방해하고 있는 장본인 △국제정세를 긴장시키는 장본인 등의 제목으로 이뤄진 보도물을 수차례내보내면서 반미(反美) 분위기를 유지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논평을 통해 미국 내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적 입장이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한 후 북한의 미사일위협을 구실로 한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수립 계획을 질타했다.

이러한 보도물에는 한반도의 분단을 지속시키면서 통일을 저해하려는 `침략적 기도'가 미국의 대북(對北)정책에 숨어있다는 우려가 빠짐없이 포함돼 있다.

북한측의 이러한 우려는 국제의회연맹(IPU) 총회 개회 직전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김영대 부위원장이 미국의 대북 강경기조에 대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말한 대목과도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은 특히 '미국이 올 상반기 중 대북정책을 정리하겠다고 했으니까 이를 지켜본 뒤 대응방침을 결정할 것'이라고 지적해 선의에는 선의로, 강경에는 강경으로 대응할 것임을 명백히 했다.

이러한 입장은 본격적인 대미(對美) 비난포문이 열렸던 지난 14일 이후 수 차례 나왔었던 것으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미국에 대해 취하고 있는 기본적인 자세라는 점에서 주목되는 발언이다.

북한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지난 15일 '미국의 강경정책은 그에 따르는 우리(북한)의 강경대응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제한 후 '우리에게는 미국의 강경정책에 맞서 나갈 충분한 힘이 있다'고 호언하기도 했다.

미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는 반면 남한에 대해서는 `민족 자주통일'을 고창하면서 지난해 6월 채택된 `6.15 남북 공동선언'의 이행을 강조하고 있다.

평양방송은 2일 한 보도물에서 남북 공동선언을 `민족 자주통일 선언'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 민족은 조국통일을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을 온 세상에 다시금 천명했다'고 밝혔다.

이 방송은 이날 또다른 보도물에서 해외동포들의 발언을 인용, '공동선언에 천명된 원칙을 어기고 남의 눈피를 보거나 그 이행에서 주저하며 더욱이 그것을 방해하는 행동을 하는 세력들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결국 '자주적 평화통일을 실현하는 기본열쇠는 민족 자주, 대단결, 통일지향 선언인 6.15 공동선언을 철저히 이행하는 데 있다'는 지적이다.

김영대 부위원장이 미국의 대북정책 때문에 남북관계가 변화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박재규 전(前) 장관을 통해 모두 전달했다'고 밝힌 대목은 아직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민족 자주통일'을 기본으로 한 남북 공동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강조한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앙방송도 `북남 공동선언을 높이 들고 나가는 것은 정세의 요구'라는 제목의 보도물에서 '북남 공동선언의 기본 정신, 기본 핵은 나라의 통일을 우리 민족끼리 해결하는 민족 자주'라고 강조하면서 '우리 민족의 활로와 자주통일의 길은 북남 공동선언을 고수하고 철저히 이행하는데 있다'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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