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직할시이자 경제무역지대였던 라진-선봉시를 다시 함경북도에 소속된 시의 하나로 편입시킨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은 지난달 29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전국 청년전위들의 사회주의 붉은기 총진군 대회’ 소식을 전하면서 “함경북도 라선시 청년동맹위원회 제1비서 김남철이 토론에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11일에도 중앙방송은 함경북도 여맹위원회 개최 소식을보도하는 가운데 '라선시 안의 여맹원들과 청진시안의 여맹원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종전까지 라진-선봉시는 직할시였기 때문에 도시 이름 앞에 함경북도라는 도명이 붙지 않았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이 조치가 경제부문 개방정책과 깊은 관계가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금년 초에 있었던 김정일 총비서의 상하이(上海) 방문으로 구체화된 경제특구 추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하나라는 풀이도 나온다.

북한은 지난해 경제특구 관련법규를 어느정도 정비한데 이어 하부구조설비 등투자환경 조성을 위한 조치를 내놓았다.

대표적인 예로  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 통계규정  외국인 투자기업명칭 투자규정  외국인 투자기업 등록규정  외국인투자기업 노동규정  나진- 선봉 경제무역지대 중계짐임자대리업무규정 등을 들 수 있다.

이 법규들은 98년 개정된 사회주의 헌법에 “특수경제지대에서의 기업창설 운영장려조항”에 그 기반을 두고 있다.

또 하부구조설비등 투자환경 조성과 관련해서도 도로 및 토지정비 형태로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토지정비는 지난 98년 10월 강원도(3만정보)부터 시작돼 지난해상반기 평안북도(5만1천500정보)를 정리했으며 특수경제지대 후보지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해주지역 인근은 지난해 10월부터 10만 정보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는 3만 정보를 완료한 상태이다.

도로정비사업은 특히 최근 들어 전역에서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남북합작공단 예정지인 개성시는 시내는 물론 평양 등지로 나가는 외곽도로들에 대한 대대적인보수ㆍ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조선중앙방송은 전했다.

개성시 인근의 개풍군 장풍군 판문군에서도 도로정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같은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관한 의지를 지금까지 여러차례 표명해왔다.

무역성 김룡문 부상은 지난해 1월과 3월 두차례에 걸쳐 특수경제지대의 창설을 위해 인프라를 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자본주의 국가들과의 무역을 활성화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인재육성에도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한 정부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통일부는 지난 2월 2일 발간한 ’2000년도 북한경제종합평가 보고서’에서 “북한이 올해 나선지구 활성화와 신의주 남포 개성 단천등의 경제특구화를 적극 추진할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나선-선봉시의 함경북도 편입은 경제특구 추진을 위한 행정적 제도정비의 뜻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경제특구를 모두 ’직할시’로 둘 경우 정치적인 문제와 비효율적인 행정체계 문제가 야기될수 있는데 이를 미리 막자는 의도라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현재 거론되고 있는 경제특구를 모두 나진-선봉시처럼 ’직할시’로 승격시킬 경우 평양시의 위상문제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북한에서평양은 수도이고 직할도시라는 단순한 위상을 넘어 ’혁명의 붉은수도’로 일컬어 질만큼 정치적인 비중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비효율적인 행정체계는 나진-선봉에서도 나타났는데 이곳의 관할권을 둘러싸고정무원의 무역성과 나진-선봉직할시 당국 사이에 벌어진 끊임없는 마찰이 그것이다.

나진-선봉의 관할권은 처음에는 시 당국에서 가지고 있었으나 지난 98년 이후에는무역성 경제협력지도국에서 직접 행사하고 있다.

따라서 나진-선봉시의 함경북도 편입은 앞으로 창설될 경제특구들을 모두 시 단위 이하로 두고, 관할권도 해당 시당국이 아닌 중앙당국에서 직접 행사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은 나진-선봉지역을 지난 91년 12월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선포했됐고 94년에는 나진-선봉시로 이름을 바꾸면서 직할시로 승격했다. 또 98년말 부터는 ‘자유경제무역지대’란 명칭에서 ‘자유’란 용어를 떼내 ‘경제무역지대’라고만 불러왔다.

나진-선봉시의 함경북도 편입에 따라 북한의 직할시는 평양시, 남포시, 개성시등 3개시로 줄어들게 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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