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마라톤 영웅 정성옥이 외국 손님에게 북한을 선전하는 역할도 하고 있은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방송은 2일 방북중인 중국공산주의청년단대표단(단장 저우창 제1서기)이 1일 정성옥 가정을 방문했다고 보도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저우 단장은 정성옥의 집에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한 성과를 이룩한 정성옥 선수를 다시 한번 열렬히 축하한다'고 말했고 이에 대해 정성옥은 김정일 노동당 총비서가 자신을 세계적인 마라톤 선수로 키워주고 `은정어린 결혼상'을 보내준 것에 대해 언급했다고 평양방송은 소개했다.

평양을 방문한 외국 손님들이 체육계 인사인 정성옥의 가정을 방문한 사례는 이밖에도 여러차례 있다.

지난해 5월11일에는 북한을 방문한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대학생들이, 이에 앞서 같은해 3월 29일에는 알렉산드르 카리프 북한주재 체코대사 부부가, 같은해 2월 23일에는 평양을 방문한 미국 노동자세계당 대표단이 정성옥의 집을 각각 찾았다.

북한 방송들은 외국손님들이 정성옥 가정을 방문했다는 소식을 전할 때마다 그가 손님들에게 김 총비서의 `배려'로 노동자의 딸이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정성옥은 북한에서 유명인이기 때문에 북한 방송에서 그의 소식을 자주 전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정성옥 따라배우기 운동'을 펼치는 등 그를 모범 인물로 앞세우고 있는 북한이 정성옥을 통해 외국 손님들에게 북한 체제를 홍보하려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또 북한 방송이 정성옥과 중국 대표단의 만남을 소개한 것은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경기대회를 앞두고 이 대회를 홍보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북한 방송이 최근들어 평양을 방문한 외국 손님이 체육문화예술계 인사의 가정을 방문했다고 소개한 경우는 정성옥뿐'이라고 지적했다.

정성옥은 지난 99년 8월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경기에서 우승, 북한 당국으로부터 체육인으로는 처음으로 `공화국 영웅' 칭호를 받았으며 지난해 3월께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대의원에 선출됐다.

북한 당국은 정성옥의 우승을 `제2의 인공위성' 발사에 비유하면서 `정성옥 선수의 투쟁정신 따라배우기'를 전사회적인 운동으로 전개했고 지난해 1월에는 세계육 상선수권대회 여자마라톤경기 우승을 기념하는 주화를 제작했다.

정성옥은 지난달 21일 북한 남자마라톤의 기둥인 김중원과 결혼해 화제가 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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