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30분간 진행된 남북 정상회담 2차 준비접촉은 간간이 회담장 밖에까지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화기애애했다. 5월 3일로 예정된 3차접촉에도 희망을 던져주는 신호인 듯했다.

○…비공개 회담이 끝난 뒤 북측 김령성 단장은 “회담이 잘 됐나”라는 기자들 물음에 “잘 됐다. 귀측에서 발표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우리측 양영식(량영식) 수석대표는 “판문점 길은 평화와 통일의 길이니 우리는 계속 밝은 얼굴로 만나자”고 화답했다.

김 단장은 “여러 문제에 합의가 있었다. 정상회담에 필요한 절차를 3차접촉에서 합의하기로 했다”고 말했고, 우리측 양 수석대표도 판문점 남측지역인 평화의 집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합의문 작성단계에 들어갈 정도로 상당한 의견접근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회담 진행 도중에는 회담장 밖으로 간혹 웃음소리가 들릴 정도로 논의가 순조로웠다고 한 관계자가 설명했다.

회담 시작 전에도 양 수석대표가 “1차접촉 후 이웃들을 만나니까 모두 ‘김 단장 선생의 인상이 좋고 말씨가 부드럽다’고 하더라”고 말하자 김 단장은 웃으며 “과찬이다”라고 말했다.

○…5년9개월 만에 회담장으로 쓰인 통일각 곳곳에는 쌀쌀한 날씨 탓에 전기난로가 준비돼 있었다. 회담장 옆 로비에는 북한의 룡성맥주, 오미자 단물, 신덕샘물, 오미자 사이다 등과 배·땅콩 등이 준비돼 있었다. 북측 기자단은 이 모든 것을 평양의 음식점 ‘청류관’이 마련했다고 소개했다.

통일각 옆에는 95년 8월 15일 건립된 ‘김일성 통일 친필비’가 세워져 있었는데, 북측 요원들은 김일성 전 주석이 ‘서거’하기 전날 사인한 필체를 그대로 새겨놓은 비(비)라며 김 전 주석의 마지막 통일의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은근히 자랑했다.

○…북한 기자들은 얼굴을 아는 우리측 기자들에게 음료수와 다과를 권하는 등 친근감을 표시했다. 일부 북측 기자는 “정상회담에서는 민족 앞에 내놓을 선물이 있어야 한다”며 ‘연방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편 북측은 “우리는 외신기자가 없다”며 한국에 상주하는 외신기자들의 이날 접촉 취재를 거부했다. /판문점=공동취재단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