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고위대표단의 남.북한 동시 방문을 약 한 달 앞두고 EU집행위원회는 북한과 외교관계 수립을 위해 필요한 절차에 들어갔다고 30 일 밝혔다.

크리스 패튼 외교 담당 집행위원의 대변인 군나르 뷔간트는 '집행위는 오늘 북한과 외교관계 수립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시작했다'면서 '곧 평양 주재 EU대표가 임명되고 북한도 브뤼셀 주재 공관을 개설하며 EU대사를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뷔간트 대변인은 그러나 이런 조치들에 대해 15개 EU회원국들의 비준을 받아야 하며 내주 중 각국에 비준을 요청하면 한 달 내로 어떤 결정이 내려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회원국 만장일치의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 단계여서 '진짜 뉴스거리'는 아직 없다'고 설명했다.

뷔간트 대변인은 이어 '그러나 EU 순회의장국인 스웨덴의 외란 페르손 총리와 패튼 위원 및 하비에르 솔라나 EU공동외교안보정책 대표 등으로 구성된 EU대표단이 '가까운 장래에' 남북한을 동시 방북할때 '진짜 뉴스거리'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6일 EU대표단의 남-북 동시방문이 4월말이나 5월초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으며 일본의 교도통신은 같은날 대표단이 5월 2-4일 북한에 이어 한국을 차례로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EU가 북한과의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절차를 시작하고 약 한 달 뒤 고위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작년 1월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올 초 독일과 영국 등이 잇따라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는 등 유럽과 북한간 관계 개선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또 내주중 최수헌(崔守憲) 외무성 부상을 프랑스에 보내 양국간 외교관계 정상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어서 유럽과 북한의 관계개선은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EU와 북한간 정상회담은 작년 12월 김대중 대통령이 노르웨이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뒤 스웨덴을 방문해 처음 제안했고 이후 북측은 정식으로 EU 대표단을 초청했으며 EU 정상들은 23-24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 회의에서 페르손 총리 등 고위 대표단이 5월내로 북한과 남한을 동시에 방문할 것을 결정했다.

EU 관계자들의 북남 동시 방문은 미국 조지 W 부시 정부가 북한과의 미사일 협상을 중단하면서 북미관계와 남북관계가 냉각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으로 남북화해를 가속화하는 동시에 미국과 일본에 대한 북측의 견제력을 높여줄 것으로 외교소식통들은 보고 있다.

현재 유럽연합 15개 회원국 가운데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지 않은 나라는 프랑스와 아일랜드 두 나라이다./브뤼셀=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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