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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당 1호 신소'는 '북한의 현대판 신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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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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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양심인과 정의감을 가진 사람들이 지탱할 수 있는 그리 가늘지 않은 기둥이 있다. ‘중앙당 1호 신소’ 문화다. 김일성, 김정일에게 편지를 보내는 체계를 말한다. 1호신소 편지는 북한 사람이면 누구나 보낼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어찌 보면 북한당국이 백성들을 위하여 허용한 정치적 자유의 뙤창문(작은창)이라고 할 수 있다. 1호신소자들은 대중을 위해 정직하게 일하다가 초당주의자, 출세주의자들에 의해 모함을 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들이 우편을 통하거나 평양시 창광거리에 있는 중앙당 1호신소과에 가 편지를 접수시키면 적어도 20일 안에는 중앙당 신소과에서 무조건 현장 요해(조사)를 내려온다. 요해자들은 신소자의 대중신망 정도, 성실성 정도를 객관적이면서도 구체성 있게 조사한다.

만약 신소자가 사실과 맞지 않는 허위편지 올렸을 때는 끝장이다. 신소자들은 목숨 걸고 1호편지를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허위편지는 거의 없다. 중앙당1호신소과 성원들은 현지 요해를 정확히 하고 그 정형을 김정일에게 보고하여 대체로 본인 의견대로 문제를 해결해준다.

우리 집에 한해 사이에 부모가 다 죽은 조카 셋이 살았다. 그들의 아버지는 전쟁 초기 문화부 연대장직에 있다 부상당하여 그 후유증으로 10년만에 죽었다. 어머니는 전쟁시 간호병으로 1000여 명의 전상자들을 치료했으며 그 공로로 프로렌스나이팅겔메달을 국제적십자사로부터 수여받았다. 그 공로면 자녀들이 만경대혁명학원에 당당히 갈 수 있었으나 군당에서는 7년째 부결을 놓았다. 이유는 아버지가 전쟁현장에서 죽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나의 아버지는 집에서 6킬로미터 떨어진 군당에 도보로 200여 차례 오간 끝에 최종결심을 하고 김일성에게 1호 신소 편지를 올렸다. 물론 그 편지는 피해당사자인 조카 맏이(당시 13살)가 자신의 손으로 쓰게 했다. 그 편지 덕으로 조카 세명(13살, 9살, 7살)은 김일성의 직접적인 교시를 받고 만경대혁명학원과 남포 강반석혁명학원에 갈 수 있었다.

그전에 군당에서는 조카들을 유아원에 보내라고 강요하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이 모든 요구를 거절했고 자기 의지를 1호신소를 통하여 끝내 관철시켰다. 물론 조카들의 운명에는 대 비약이 왔다.

내가 시문학공부를 하면서 알게된 청년시인이 있었다. 그는 당시 시문단에 혜성으로 떠오르고 있던 보기 드문 재사였다. 그런데 그가 정치범의 아들이었다. 그는 창작 발표권까지 박탈당해 말할 수 없는 심적 고충을 겪고 있었다. 나는 그 청년 모르게 김정일에게 신소 편지를 썼다. 그로하여 그 청년은 김정일의 직접적인 말씀을 받고 창작발표권을 다시금 획득하였다.

이것은 내가 자라며 직접 체험한 일이고 내 주위에는 이보다 더 심각한 이유로 1호신소편지를 써야했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어떤 가족은 정치범이 사는 집단마을에 갇혔다가 맏딸이 1호신소편지를 올려 아버지의 문제가 해명되고 온 가족이 다시 살아난 경우도 있었다.

여운형의 딸 여연구도 1호신소 덕분으로 정치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잃었던 모든 것을 인생 말년에 되찾을 수 있었다.

김일성은 생시에 인민들로부터 올라온 1호 신소편지는 무조건 자기에게 보이도록 지시했다. 그는 1호 신소편지를 통하여 대중의 반향을 읽고 간부들의 활동을 파악하였다. 그러나 1997년 내가 평양에서 추방명령을 받고 그것을 철회시키고자 몇 차레 가보니 중앙당 신소과는 예전의 신소과가 아니었다. 한해 전까지만 해도 문턱이 미어지게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1998년 정초부터 확연히 인적이 끊어지고 있었다. 북한을 지탱해준 마지막 양심의 문화마저 허물어지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최진이ㆍ전 북한조선문학가동맹 소속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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