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정착했던 탈북자 유태준씨가 아내를 데려오려다 북한에서 공개처형된 사실에 대해 우리 정부 당국은 아직 "그가 행방불명됐을 뿐 처형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탈북자 정착및 지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통일부 인도지원국은 "우리는 일체 모르는 사실"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태준씨가 출국한 후 우리 정부는 그의 신변을 정리하고, 권리를 박탈하는 데 매우 발빠르게 움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작년 6월 중국으로 출국한지 3개월만인 9월 월 58만원 상당의 지원금 지급을 중단했다. 이어 10월 6일에는 그의 세간살림이 그대로 남아있던 임대아파트를 회수했고, 10월 30일에는 그의 주민등록(대구)을 말소했다. 그때까지 임대아파트의 월세와 관리비는 통장자동이체로 결제돼 한번도 밀리지 않은 상태였다. 그의 은행통장에는 127만원의 잔고가 있어 앞으로도 월세 등을 내는 데 문제가 없었다.

유씨의 임대아파트를 회수한 데대해 담당 경찰(대구 수성경찰서)은 "집을 오래 비워 두면 전열기 등 화재 위험도 있고 해서 치우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이 장기여행 등으로 넉 달 정도 집을 비울 경우에도 집을 회수하느냐"는 물음에 "그런 선례는 없는 것으로 안다"고 대답했다.

지원금을 끊은 이유에 대해 담당 경찰은 처음 “주민등록이 말소됐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가 “지원금 중단이 먼저 아니냐”는 지적에 "돌아오면 주려고 했다"고 얼버무렸다. 주민등록을 말소시킨 동사무소(대구 범물1동)측은 “주민등록 일제 정비기간에 사람이 없어 말소시켰다”고 말했다.

유씨의 어머니 안정숙(58)씨는 “아들이 언제 돌아올지 몰라 임대아파트 회수를 완강히 거부했지만 경찰은 ‘국정원과 이미 합의된 사안이고, 유씨가 북한으로 잡혀 들어갔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전해주었다"고 말했다.

우리 당국은 유씨의 행방을 찾는 데 주력하기 보다는 그의 한국내 흔적을 지우는 데 더욱 급급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당국의 말 그대로 유씨의 처형 사실을 확인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당국이 이런 조치들을 취했다면 ‘대한민국 정부는 과연 대한민국 국민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처형 사실을 확인했다면, 그러고도 아무런 말도 행동도 하지 못하는 정부에게 꼭 같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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