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성형외과 의원은 없다. 그러나 성형수술은 있다.

"과거는 용서해도 못 생긴 여자는 용서 못 한다"는 식의 여성비하성 농담이 북한에도 남한 못지 않게 많다. 그 만큼 여성들이 미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예뻐지려는 욕구도 강하다. 성형수술은 60년대부터 있어 온 쌍꺼풀 수술이 가장 일반적이다. 북한의 TV에 출연하는 여성배우들의 경우 대부분 쌍꺼풀이 굵게 져 있는데 "수술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게 되는 경우도 많다.

코 융비술이나 턱, 광대뼈 등을 깎는 고난도의 성형수술도 있지만 성공율이 높지 않아 흔치는 않다. 모든 병원이 공공기관인 북한에서 성형수술도 기본적으로는 "치료"의 개념에 입각해 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성형수술"이라고 부르지 않고 "정형한다"고 표현하다. 가령 턱이 지나치게 각져 결혼을 하는데 심각한 장애가 된다고 호소해 오는 여성이 있으면 병원측은 일단 "환자" 개념으로 받아들인다. 비용이 많이 드는 수술이기 때문에 병원 당위원회에서 시술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게 된다. 이런 수술을 할 수 있는 병원도 대학병원이나 적십자병원 등 일부 대형병원에 한정돼 있다.

그러나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의 젊은 여성들은 조금만 여유가 있어도 미용성형에 관심을 가지므로 수요가 상당하다. 그래서 성형수술이 합법적으로만 시술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정형외과, 일반외과 등 외과계 의사들은 어렵지 않게 시술할 수 있으므로 금품을 받고 음성적으로 수술해 주는 경우가 많다. "아무개 의사가 잘 한다더라"고 소문이 나기도 한다. 90년대 중반경에 평양에서 쌍꺼풀 수술을 했던 한 여성의 경우 외화로바꾼돈 10원을 들였다고 한다. 노동자 넉 달 월급 정도에 해당한다.

그러나 ‘토끼처럼 놀란 눈’으로 변해 몹시 우울해 했다고 하는데 의사들의 성형시술능력이 "경쟁" 원리에 따라 발전하는 것이 아니고, 재료의 질도 낮아 수술 실패율이 높다고 한다. 그래서 우울증에 걸리는 여성들이 있는 것도 남이나 북이나 크게 다르지 않는 듯하다.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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