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훈련상황과 군사력 증강 등에 대한 데니스 블레어 미 태평양사령부 사령관과 토머스 슈워츠 주한미군사령관의 미 상원 청문회 증언이 그동안 우리 군 당국이 밝혀온 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북한군에 대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이들 두 미군 고위장성은 북한군 훈련상황과 관련, 『지난해 겨울과 여름 훈련은 사상 가장 광범위한(extensive) 것이었다』 『지금도 강도 높은 훈련이 진행되고 있다』고 입을 맞춘 듯이 발언했다.

이는 『북한군이 연평해전 이후 고강도의 훈련을 했으나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이후 예년 수준으로 환원돼 긴장이 감소됐다』고 강조해온 우리 군 당국의 공식 입장과 차이가 나는 것이다.

국방부 주변에선 한국군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이들 장성, 특히 슈워츠 사령관의 발언은 의미심장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군의 입장과 체면을 존중해온 주한미군 사령관이 우리 정부와 군 당국으로선 받아들이기 껄끄러운 발언을 공개적으로 한 것은 부시 행정부의 강경한 대북(대북) 입장을 반영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북한군 훈련상황과 관련해 이처럼 극단적인 표현을 써가며 언급한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슈워츠 사령관은 또 북한군이 현 위치에서 시간당 50만발의 포탄을 한·미 연합군과 서울에 수 시간 동안 계속 퍼부을 수 있다.

북한 전방 군사력의 대부분은 4000여개 지하시설에서 보호받고 있으며 전국의 지하시설은 1만1000여개에 달한다 일본을 사정권에 넣는 노동1호 미사일 생산 및 배치를 계속하고 있다는 등의 구체적인 증언도 했다.

이에 따라 한국 군당국이 과연 현정부 정책에 따라 북한군 위협을 축소 또는 은폐했는지, 아니면 미군측이 북한 위협을 과장해 부풀리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일부 주한미군 관계자들은 한국 군당국이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의 군사적 위협 실태를 제대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비공식적으로 표출해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햇볕정책 때문에 북한군 증강 실태를 축소, 은폐한 것은 없으며 오히려 주한미군측이 감축 가능성 등을 우려, 다소 부풀린 정보를 흘리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중기자 midway@chosun.com
/유용원기자 kysu@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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