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슈워츠(Thomas Schwartz) 한미 연합사령관이 미국 상원군사위원회에서 증언한 「북한위협 가증론(가증론)」은 그가 북한 정보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현지 사령관이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높다.

그는 증언에서 『우리의 적(북한)은 더욱 커지고, 나아지고, 가까워지고, 치명적(deadlier)이 됐으며, 그것을 입증할 수 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비록 그가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고 있고, 어떤 무기를 구매하는지에 대해서는 비공개증언을 통해 밝혔지만 공개증언을 통해 밝힌 내용만으로도 북한의 위협이 점증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북한의 군사훈련이 더욱 고강도로 바뀌고 있고, 매년 일정수의 미사일을 생산하는 「세계 제1의 미사일 확산국가」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다탄(다탄) 로켓 발사대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북간에 장거리포, 다탄 로켓 등 화력의 불균형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증언이 내년도 국방예산 심의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과장된 것이란 주장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지난달 초 조지 테닛(George Tenet) 중앙정보국(CIA) 국장의 증언과 맥락을 같이하고, 작년 하반기 미국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와도 일치한 것을 감안하면 과장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 내부에서는 「북한위협 점증론」을 찾아 볼 수 없다. 남북 정상회담 후 『한반도에서 이제 전쟁은 끝났다』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으며, 북한위협을 말하면 오히려 냉전론자나 반민족적 행위로 치부되고 있는 형편이다.

국방당국은 윗선의 눈치와 분위기에 눌려 북한 군사동향을 제대로 제기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방백서나 국회보고 등을 통해 이따금 실상을 전하고 있지만 대세에 묻혀버리는 실정이다.

확고한 군사적 안보태세를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서의 화해·협력은 무의미하다. 당국자들은 『일부에서는 안보상황이 변하고 있으며 모든 게 잘 돼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에 동의할 수 없다』고 한 슈워츠 사령관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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