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성주 (40ㆍ전 인민군 소좌)
나는 황해도 배천의 인민군 4군단 26사단 49포병연대 3대대 참모장으로 있다가 1997년 9월 휴전선 비무장지대를 넘어 남한으로 귀순한 전 인민군 군관(장교/소좌; 소령)이다.

최근 최전방에 배치된 북한 장사정포의 위협에 대한 우려가 국감장에서 거론되면서 나오는 자료나 증언을 보면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소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북한 장사정포와 중거리포의 위력이나 대응방안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제시해 볼까 한다.

남쪽에서 말하는 장사정포는 사거리 40㎞ 이상의 야포를 말하는 것으로 240㎜ 방사포와 170㎜ 자주포가 대표적이다.

사거리가 40km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직접 남한의 특정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중거리포도 많이 있으며, 화력도 대단히 위협적이다. 수도권을 직접 겨냥하지 않더라도 강화도나 백령도는 물론 휴전선 이남 특정 지역을 짧은 시간에 초토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이 휴전선 전방지역에 배치해 놓고 있는 부대는 4개 군단과 3개 훈련소 규모쯤 된다.

북한의 훈련소는 군단급 규모의 탱크, 장갑차, 방사포 등 기동타격부대로 주력을 형성하고 있으며 일반 군단병력과 연계해 전방에 포진하고 있다. 전방 1개 군단의 규모를 평균 10만 명 정도로 가정하면 대략 60~70만에 이르는 대병력이 휴전선에 밀집돼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일례로 내가 근무했던 4군단의 병력체계를 한번 살펴보자. 1개 군단은 6개의 사단으로, 사단은 5~6개의 연대로 구성돼 있는데 이 가운데 3개 포병연대가 하나의 장사정포 및 일반 포부대로 구성돼 있다.

이 포부대들은 주로 155mm, 122mm, 130mm, 152mm 평사포 및 평곡사포, , 170㎜ 자주포 등 다양한 중장거리포들을 보유하고 있다.

연대는 4개 대대로, 1개 대대는 3개의 중대로 구성돼 있으므로 연대 단위에는 12개의 포중대가 있다. 1개 중대의 중장거리포 보유수는 대개 8~9문이다. 연대 전체로 따지면 96~100문 정도의 중장거리포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보면 1개 사단에 280~300문의 포가 있고 군단 단위로 보면 장사정포를 포함한 중장거리 포의 수는 무려 1700여 문에 이른다. 게다가 4군단 예하에는 77독립여단이라는 직할부대가 있어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방사포(240mm) 280여 문을 포함하면 약 2000문의 중장거리포를 보유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따라서 전방지역 7개 군단의 장사정포와 일반 포들은 대략 계산 해봐도 1만1000여 문에 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직접 복무했던 4군단의 장사정포 및 일반포들을 기준으로 비슷한 전력을 가지고 있는 북한의 군단화력을 어림해 추산한 수치다. 장사정포 외에도 기갑부대, 탱크 등의 기동화력을 합하면 그 전력은 대단한 것이다.

1974년 황해남도 배천군 토미산에 위치한 4군단 소속 49연대 1대대 2중대를 방문했던 김일성은 『당이 명령하면 강화도를 불바다로 만드시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1995년에는 김정일이 다시 토미산을 찾아 『수령님의 전략전법이 아주 위대하다. 현대전은 포병전이며 전쟁의 절반은 포병이 수행한다』며 격려했다.

김일성이 창안하고 김정일이 발전시켰다는 북한의 전쟁전략은 한마디로 싹쓸이 전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4군단의 1차 타격 목표로 선정돼 있는 서해 00도는 전쟁개시와 함께 첫 타격으로 순식간에 쑥대밭이 된다. 섬의 특정지역을 강타하는 것이 아니라 섬 전체를 하나의 목표물로 정해 포탄으로 뒤덮어 버리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것을 「밀대전략」이라고도 부른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는 인민군 2군단의 화력도 같은 전략전법을 채택하고 있다. 아마 4군단에 비해 사거리 40㎞ 이상되는 장사정포의 비중이 훨씬 높을 것이다. 서울이든 어디든 목표지점이 선정되면 그야말로 불바다가 될 수밖에 없다.

내가 배치돼 있었던 토미산 기지에는 중대 포진지 바로 옆에 3000발의 장사정 및 일반 포탄 창고가 설치돼 있었고, 중대창고에는 1000여 발의 예비포탄이 준비돼 있었다. 이어 대대, 연대, 사단, 군단으로 올라가면서 저장된 포탄은 갈수록 커진다.

근 반세기동안 쌓아둔 포탄이니 김일성이 창시했다는 물량쌓기로 일관해온 전쟁준비는 이미 완료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인민군에 복무할 때 고위 작전참모로부터 들은 이야기지만 이미 북한에는 남한 땅 전체를 10cm의 두께로 깔아놓을 수 있는 폭약이 준비돼 있다고 한다.

1997년 북한의 식량난이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에 중대별로 포 숫자를 1~2대씩 늘렸다. 경제난, 식량난에도 군사비 지출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오래된 포탄은 창고에서 꺼내 연습용으로 사용됐고, 새로운 포탄들이 군수창고에 쌓였다. 이는 나라가 어려워지든 말든 관계없이 진행되는 일들이었다.

북한의 경제사정이 어려워지게 된 것은 수령독재로 인한 사회주의 경제의 구조적 모순에도 원인이 있지만 다른 동유럽국가에 비해 훨씬 더 열악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광적인 전쟁준비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방지역에 배치된 70만 군대의 식량만 수요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거기에 군수용 자동차며, 장사정포 및 일반 포들, 각종 재래식 무기들을 관리하고 보충하는데 드는 비용은 천문학적일 수밖에 없다.

내가 전방지대를 떠나기 전 북한의 군대도 굶주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1995년경 김정일은 인민군대도 하루에 두끼를 먹으라고 내부지시를 내린 적이 있었다. 식량이 제대로 도착하지 않아 점심을 굶기도 했고 옥수수 국수로 연명하기도 했다.

사단장에게 지급되는 커피공급이 중단돼, 해외로 출장가는 군인들에게 커피를 부탁하는 일도 있었다.

국정감사장에서 윤광웅 국방장관은 북한의 장사정포가 포격 움직임을 보일 경우 우리 군이 6~11분 안에 격파할 것이라고 밝혔다. 맞는 말 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북한의 장사정포는 이미 남한의 포진지와 주요 군사기지를 손금 보 듯 겨냥하고 있다. 6~11분이라고는 하지만 선제공격으로 먼저 타격을 입는다면 그것을 추스르고 반격하기란 쉽지 않고, 결국은 먼저 타격을 가한 쪽이 훨씬 더 유리할 수밖에 없다.

6~11분만의 격파가 상대방으로부터 손실을 입지 않은 상태에서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이미 쑥대밭이 된 이후에도 능히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북한이 그 막대한 포와 포탄을 준비해놓고 있는 것도 바로 선제타격을 하기 위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의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좀더 진지하게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 방법은 전쟁징후가 명백하면 북한 장사정포 진지를 선제 타격하는 방법이 있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에 집증된 막대한 인명과 경제ㆍ문화적 기반을 지키고 민족을 구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방법이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두 번째, 전방지역에 배치된 70여만 인민군과 장사정포를 후방으로 물리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북지원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군사비 때문에 휘청이고 있는 북한경제는 군비축소가 병행되지 않으면 외부 지원은 당연히 군사비로 돌려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군비축소 없는 북한경제는 사막에 물붓기와 마찬가지다. 때문에 북한경제를 살리고 실질적인 남북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과도하게 밀집돼 있는 전방지역의 병력과 장비를 줄이고 후방으로 돌리는 것이다. 한마디로 잘라 말하면 남북한의 평화는 바로 북한 중장거리포가 어디에 배치돼 있는가가 그 척도라고 말할 수 있다.

말로 아무리 평화를 떠들어도 중장거리포가 우리 코 앞에 있는 한 평화는 있을 수 없다. 또 유사시 김정일이 대량 인명피해로 인한 전범 우려로 장사정포를 쓸 수 있을지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한 합창의장의 말에도 여운이 남는다.

이판사판 전쟁을 결심하는 마당에 과연 그런 우려가 얼마나 신중하게 고려될 수 있을지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수십만 명이 이미 죽고 나서 김정일이 전범이니 아니니 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이미 수백만의 북한주민들을 굶겨 죽인 김정일이 남한사람 수백만 죽는 것쯤 눈 하나 깜짝할리 있겠는가 말이다.

반세기동안 남한을 무력통일하기 위해 쌓아놓은 포탄은 그냥 보기 좋으라고 쌓아놓은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 수도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마련한 것들이다. 선제타격을 받는 곳은 어떤 생명체도 살아남을 수 없다. 때문에 광적인 김정일정권의 선군체제가 유지되는 한 그 어떤 지원도 결국은 우리의 머리에 씌어지는 포탄이 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과도한 군사비 때문에 국가경제는 물론 사회존립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북한 스스로 생존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과도하게 집중된 군대를 축소해야만 민간경제가 숨쉴 수 있게 된다.

무원칙한 대북지원보다 이제는 실질적인 평화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장사정포는 후방으로 물려야 하며, 이를 북한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경제적 제재는 물론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 선군정치에서 선민정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이제는 강력한 압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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