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 김정일(金正日) 찬양과 우상화 일색의 북한 TV보도는 스탈린 시대를 살았던 러시아인들에 친숙한 내용이라고 뉴욕타임스의 기고가 러셀 워킹이 26일 묘사했다.

그는 북한과의 접경 도시인 중국 단둥(丹東)시에서 북한 TV 방송을 보고 `북한은 TV 국가'라는 제목의 감상문을 내놓았다.

다음은 워킹의 기고문을 요약한 것.

"북한의 방송은 매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산업현장 시찰 방영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김위원장의 방문에 근로자들은 허리를 크게 숙여 절하거나 열렬히 박수를 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 김위원장이 나타나자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두 손을 높이 들고 충성을 맹세하는 근로자들의 모습을 두고 해설자들은 특유의 근엄한 목소리로 찬양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의 모습을 TV를 통해 조금이나마 볼 수는 있으나 그러한 국가의 지도자답게 김위원장은 오직 몸짓이나 손짓만 할 뿐 육성은 들리지 않은 채 해설자의 감격에 찬 목소리만 울릴 뿐이다.

해설자의 목소리는 마치 카스트라토(castrato), 즉 17-18세기 이탈리아에서 변성(變聲) 전의 고음을 유지하기 위해 거세한 남성 가수의 목소리를 연상시킨다.

김위원장이 타조를 사육하는 한 집단농장을 방문하는 장면에서는 거의 야단법석에 가까운 환호성을 울리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멘트 없이 일간지 내용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가끔 문예란도 소개됐다.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은 한 소년 영웅이 입에 자갈을 물린 채 막대기에 묶여 일본인들에게 잡혀 심하게 얻어맞는 만화 그림을 배경으로 등장한다.

북한 TV에서는 노동자들의 근로 장면이 우상화의 극치를 이룬다.

작업장에서 노동자들은 등에 달린 주머니에 돌덩어리를 업은 채 맹렬하게 달려가 돌을 쏟아붓고는 다시 돌을 주워 담으러 신나게 달려온다.

그들의 굳은 얼굴은 딱딱한 미소를 띠고 있으나 눈에서는 풀죽은 공포심이 비쳐 진다.

이 밖에도 탱크부대의 행진과 오리걸음 모양의 특유한 군사 퍼레이드, 옛 소련에서 했던 합창 등 북한 TV 보도의 많은 부분은 스탈린 시대의 러시아인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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