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이후 북한 소설은 공식주의의 단순성에서 벗어나 독자 욕구에 실제적으로 근접한 적도 있으나 90년대 들어 다시 주체사상의 문학적 이념화가 강화됐다'

문학평론가인 홍기삼 동국대 교수는 `남북 교류시대 문학의 역할'을 주제로 26일 열리는 한국소설가협회 주최 세미나 발표 논문에서 북한 소설이 지난 20년간 국제정세와 내부사정에 따라 한차례 의미있는 변화를 겪었다고 소개했다.

홍 교수는 미리 배포한 논문 `북한소설 문학의 어제와 오늘'에서 북한소설은 80년대 들어 숨은 영웅을 발굴하자는 사회 분위기에 따라 영웅 형상화에 주력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소설 소재가 일상적 삶의 문제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항일혁명 등 과거보다는 현재 중시 ▲문학 수요자들의 요구 중시 ▲소재와 작품의 다양화 ▲서사 갈등구조의 다양화 등의 새로운 경향을 보였다.

특히 과거 혁명전사와 지주ㆍ자본가, 제국주의자 사이의 치열한 적대적 갈등에서 세대, 도시-지역, 남녀간의 갈등 등 일상적인 수준의 비적대적 갈등이 작품의 뼈대를 이루는 경우가 많았고 혁명적 영웅보다는 평범한 인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혼문제를 다룬 백남룡의 < 벗 >, 젊은이들의 사랑을 그린 남대편의 < 청춘송가 > 등이 대표적이라는 것.

북한소설은 그러나 86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수령 형상의 혁명문학을 독려하면서부터 변화한다. 홍 교수에 따르면 이런 변화는 현실사회주의 붕괴에 이은 사상적 내부단속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김 위원장은 조선문예총 제6차 대회에서 '주체의 혁명적 세계관과 혁명적 수령관을 똑바로 세울 것'을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90년대 들어 「주체문학론」(92년)을 출판하는 등 더욱 주체사상의 문학적 이념화를 추구한다. 「주체문학론」에서 강조되는 것은 `주체 사실주의'.

김 위원장에 따르면 주체 사실주의는 북한식 사회주의적 사실주의 창작방법으로, 기존의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가 주로 인간을 사회적 관계의 총체로 보고 그렸다면 주체 사실주의는 인간을 자주성, 창조성, 의식성을 가진 사회적 존재로 본다는 것.

김 위원장은 이어 주체 사실주의의 창작방법으로 ▲'우리식 사회주의 사회'에서 역사 주체로 누리고 있는 긍지와 보람을 형상화할 것. ▲전형화와 진실성의 원칙을 견지할 것 ▲자주성을 요구하는 인민대중의 요구에 맞는 것이면 긍정적ㆍ본질적으로, 맞지 않으면 부정적ㆍ비본질적으로 그릴 것 등이 요구된다고 썼다.

홍 교수는 북한의 문예미학도 세계정세와 불가분일 수 밖에 없으며 그런 점에서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수용과 변용의 역사였다고 결론짓고 북한 소설이야말로 북한 주민의 실제적 삶에 접근할 수 있는 통로이며 스펙트럼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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