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에서의 남북대화로는 5년9개월여 만에 22일 열린 남북 정상회담 1차 준비접촉은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회담 시작 전 양측 수석대표는 밝은 표정으로 몇 차례씩 사진기자단을 위해 포즈를 취했으며, 전례없이 20분이 넘게 날씨와 회담의 의미 등을 소재로 대화를 나눠, 순조로운 출발을 예고했다. 우리측 양영식(량영식) 수석대표는 “(이번 회담이) 한반도 평화와 화해·협력을 산출하는 귀한 만남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으며, 북측 김령성 단장은 “남측 대표들을 보니 이번 회담이 잘 될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

양 수석대표가 “오늘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아 좋다”고 하자, 김 단장은 “며칠 전에 내린 비는 곡우(곡우)비로, 농사에 약이 될 뿐만 아니라 우리 접촉을 축하하는 비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단장은 “4월은 위대한 김일성 수령님의 ‘전민족 대단결 10대 강령’과 김정일 장군님의 ‘민족 대단결 5대 방침’이 나온 달이며, 이번 합의서도 4월8일 채택됐다”면서 “올해 4월은 새 천년의 첫봄인 양춘가절(양춘가절)로 북남관계에서도 양춘가절”이라고 말했다.

○…회담장 1층 기자대기실에서는 북한 기자 20여명을 포함한 내외신 기자 100여명이 취재 경쟁을 벌여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케 했다. 북한 기자들은 “최고위급 회담에 대한 우리 주민의 기대가 크다”며 “남쪽에서 잘 하면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기자들은 전력난이 심각하다고 시인하면서도 “머지않아 강성대국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 테이블에는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북한에서 위탁 가공해 들여온 ‘한마음’ 담배가 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북한 언론들도 이날 준비접촉을 일제히 보도했다. 평양방송이 오후 5시10분, 중앙방송이 6시, 중앙TV가 8시 보도했고, 중앙통신도 이 소식을 전세계로 타전했다. 그러나 북한 언론들은 북측 단장의 ‘기본발언’만 소개했을 뿐, 우리 수석대표의 기조연설이나 회담 분위기 등은 언급하지 않았다.

/판문점=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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