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57차 유엔인권위원회 연례회의 5일째인 23일 오전과 오후에 각각 인종차별철폐에 관한 기조연설을 했다.

정의용(鄭義溶)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는 이날 연설에서 지난 98년 ‘국민의 정부’출범 이후 인권증진을 국내 및 외교정책의 초석으로 삼아 왔다고 전제하면서 이러한노력의 연장선에서 국가인권위원회 설치와 관계입법 등 제도적인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사는 이어 인종차별철폐협약을 비롯한 6개 국제인권협약에 가입하는 등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노력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정 대사는 특히 세계화와 경제통합이 가속화되면서 인종차별과 불법체류 논란의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는 이주근로자 문제에 언급, 한국정부가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사는 불법적으로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해서도 인도적인 차원에서 사회적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 불법체류 외국인 근로자의자녀가 초등학교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했다는 점을 실례로 제시했다.

반면 옵서버로 참가하고 있는 북한은 리 철 대사를 대신한 인권담당 실무자가 나서 일본의 과거청산 문제를 인종차별 차원에서 강도 높게 제기했다.

북한은 특히 남북한.중국 등 주변국들과의 외교문제로 비화되고 있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와 고위공직자의 망언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주목을 끌었다.

북한은 “일본이 책임을 인정하기는커녕 과거 범죄역사를 숨기기 위해 역사교과서를 왜곡수정하고 있으며 극도의 타민족증오를 고취하는 망발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이것은 새세대들 속에서 죄의식이 아니라 정신적인 복수능력을 키워 주자는 데 목적이 있다고밖에 달리 볼 수 없다”고 일본의 역사인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북한은 이어 지난 21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가 재일한국인에 차별에 우려를 표시하고 그 방지와 철폐를 위한 법적 및 실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일본 정부에 촉구한 점을 상기하면서 우회적으로 일본에 대한 비판이 유엔인권기구의 권고와 맥을 같이 하는 것임을 부각했다.

한편 한국대표단은 이날 정 대사의 연설이 시작되기에 앞서 연설원고를 북한대표단에게 전달하는 등 ‘예우’를 표시했으며 서로 낯이 익은 양측 대표단의 인권담당자들은 회의장 안팎에서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고 안부를 교환하는 등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제네바=연합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