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갈루치 조지 타운대학 국제대학원장을비롯한 미국의 군축 문제 전문가들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외교 정책을 비판하며 대북 미사일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갈루치 원장은 23일 군축 전문 싱크탱크인 군축협회가 워싱턴의 카네기국제평화재단에서 ‘부시 대통령의 대북 협상 지연: 북한 미사일 억제 기회의 상실’이라는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부시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남북회담을 주도하고 있는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포용정책을 어렵게 만든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전 미국 핵대사로 지난 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합의의 산파역이었던 갈루치 원장은 “제네바 합의가 아니었다면 한반도는 어려운 상황을 맞이 했을 것”이라고 말하고“부시 행정부는 대화를 통해 북한의 미사일 개발 계획 포기를 유도해야 할 것”이라며 대북 협상 재개를 주문했다.

그는 “기본합의의 변경에는 한국과 일본은 물론 북한의 동의가 필요하나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고 진단하고 “따라서 타진은 시도해 볼 수 있으나 성사되지 않는다고 기본합의를 폐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시 송배전, 공기, 미국 의회의 반대 등의 문제점을 제시하며 경수로 대신 화력발전소를 제시하고 북한을 설득했으나 먹혀 들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에 앞서 스퍼전 키니 군축협회 회장은 주제 발표를 통해 “일촉즉발의 위기였던 지난 94년 상황에서는 기본합의가 최선이었고 지금까지 핵 합의는 그런대로 지켜져 오고 있다”며 기본합의의 유용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클린턴 행정부 시절 대북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는데 하루 아침에 ‘회의론’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들이대며 원점으로 되돌리는 게 합당한가”라고 꼬집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현실적으로 문제가 된다면 더욱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부시 행정부의 접근 방법에 비판적인 견해를 보였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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