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판문점(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남북 차관급 1차 접촉은 일단 ‘탐색전’으로 끝났으나, 출발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우리측은 평가했다. 회담장 분위기도 과거 여느 남북회담 때보다 좋은 편이었다고 한다. 때문에 정부 당국자들은 27일 2차 접촉의 전망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우리측은 김대중(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김정일) 국방위원장간의 정상회담이 한반도 평화정착과 화해·협력 시대를 열어가는 획기적 계기가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김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 네 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논의하자고 했다. 경협과 이산가족 문제는 좀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은 구체적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실무 절차 문제를 빨리 합의하자’고만 했다고 한다. 회담 관계자에 따르면, 북측 기조연설의 분량은 2~3쪽밖에 되지 않아, 아예 처음부터 정상회담 의제 및 절차와 관련한 구체적인 안(안)을 가지고 나오지 않은 것 같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일단 우리 입장을 들어보기만 한 것 같다”면서 방문하는 측(한국)에서 절차나 의제 문제를 먼저 이야기하는 게 당연하지 않으냐고 말한다.

송영대(송영대) 전 통일부 차관은 “북한은 ‘탐색’에 1차 접촉의 목적을 둔 것 같다”면서 “다만 북측 단장이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과거의 타성에서 완전히 벗어나 모든 것을 통일지향적인 새로운 마음으로 대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은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례적인 수사(수사)가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날 우리측은 북측이 가져온 아·태평화위원장 김용순(김용순) 명의의 신임장을 접수, 우리 정부 스스로 북한의 민간기구를 ‘당국’으로 인정한 셈이 됐다. 남북대화에서 아·태평화위원회 명의의 신임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98년과 99년 차관급 회담 때 북한은 ‘내각(내각) 사무국장 정문산’ 명의의 신임장을 가져왔었다. 그동안 정부는 우리 기업이나 민간단체가 아·태평화위원회와 합의한 대북사업을 승인할 때 아·태평화위를 민간 기구로 간주해 별도로 당국(내각의 해당 부서)의 확인서를 첨부하도록 요구해 왔었다. /김인구기자
저작권자 © 조선일보 동북아연구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