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아세안 지역안보 포럼(ARF) 참가는 한반도 긴장완화에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ARF는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같은 강력한 상설기구가 아니라, 비교적 느슨한 안보협의체이지만 ▲외무장관회의 ▲고위관리회의(ARF-SOM) ▲회기간 회의 등 1년에 15차례 이상 회의를 개최, 지역 안보문제를 논의해왔다. 북한은 94년 이 기구 창설 이후 안보 문제를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 다른 국가와 협의하지 않겠다며 가입을 거부해왔다. 그래서 북한은 지역안보에 위협적 존재로 인식돼 왔다. 북한과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적절한 해결방도를 찾기도 어려웠다.

그런데 북한의 백남순(백남순) 외무상이 남북정상회담 합의 발표가 나온 이달 초, 콜롬비아에서 열린 비동맹회의에서, 7월 개최될 ARF 회의의 의장국인 태국 외무장관에게 “ASEAN과 협력해 지역평화와 안정에 공헌하고 싶다”며 ARF 참가 의향을 밝혔다는 것.

북한이 ARF 참가 의사를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으로, 6월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호적인 국제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북한이 국제기구 등으로부터 지원을 많이 받아내기 위해서는 일단 북한이 위협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거로써 뒷받침할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가시적 조치가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ARF 참가조건으로 ASEAN 국가중 유일한 미수교국인 필리핀과의 수교를 앞당길 것을 원하고 있어, 현재 진행중인 양국간 수교 작업이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다. 이런 분석을 뒤집어보면,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에 따라 북한의 태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남북정상회담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핑계로 ARF 참가를 전격 무산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하원기자 may2@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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