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준비접촉은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당국간 대화로는 지난 94년 7월 8일의 정상회담 경호분야 실무접촉 이후 5년9개월여 만이다. 정상회담 의제와 관련해 우리 측은 김대중(김대중) 대통령이 밝힌 ‘베를린선언’의 4대 과제인 ▲북한 경제회복 지원 ▲이산가족 문제 ▲평화체제 구축과 신뢰 회복 ▲기본합의서 이행과 당국간 대화 정례화 등을 제의할 방침이다. 북측도 나름대로 의제를 준비해올 것으로 보인다.

국가보안법 등 북한을 적(적)으로 규정해온 우리 측 법제를 없애는 문제와 주한미군 철수, 고려연방제 통일방안 등도 의제에 포함하려 할지 모른다.

양 수석대표는 “준비접촉에서 의제 문제로 씨름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지난 94년 정상회담 추진 때처럼 아예 의제를 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절차문제는 미리 합의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 94년 정상회담 추진 때는 회담 형식과 방북 수행원(100명) 및 취재진(80명) 규모, 통신과 경호문제 등은 개요에 모두 합의하고, 나머지 세부절차 문제는 평양 실무접촉에서 합의하기로 했으나 그 전에 김일성이 사망했다. 준비접촉은 5월 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준비접촉의 양측 대표단을 보면 북측 단장인 김령성 외에 나머지 5명은 작년과 98년 중국 베이징(북경)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회담 대표로 참석했던 인물들이다.

북측 대표단장인 김령성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소속으로 김용순(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져 있으며, 98년 베이징 남북적십자 접촉대표로 참석했고, 92년 남북교류분과위원회 북측 대표로 활동했었다.

그러나 일부에선 김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참사 직함으로 회담에 나온다는 점에서 북측이 ‘최고위급회담(정상회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아닌 대외적 국가대표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영남(김영남)을 내보내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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