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당초 예상대로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양국 경제문제가 집중 논의됐으나, 정작 매끄럽게 합의된 부분은 양국간 군사협력 강화이다.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과 모리 요시로(森喜郞) 일본 총리는 이날 회담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지난 96년의 미일 안보협력선언과 신방위협력 지침등을 계속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양국간의 폭넓은 군사협력을 다짐했다.

양국 정상은 대량살상무기와 탄도 미사일의 확산의 점증하는 위협에 인식을 같이하고 국가미사일방어(NMD)를 비롯한 방위시스템, 비확산 통제의 강화등에 대해 긴밀한 협의를 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양국 정상은 또 일본이 유엔 안보리에서 상임이사국에 선출될 수 있도록 협력키로 했다.

이같은 양국의 군사협력 강화는 향후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과 관련,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 일본의 요미우리(讀賣) 신문은 『부시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강조하며 공정하게 다루겠다고 말했다』며, 이는 중국에 치우쳤던 클린턴 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애리 플라이셔(Ari Fleischer) 백악관대변인은 회담이 끝난 뒤 “미일 양국이 당면한 경기침체문제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과제였다”고 밝혔으나, 당초 예상된 엔화 약세에 대한 미국의 양해등 핵심 현안에 대한 합의도출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일본의 교도(共同)통신은 『미국이 일본 내 부실채권 문제에 우려를 표명하고 해결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고위관리도 『부실채권 문제와 재정불안 문제에 관해 많은 얘기를 했다』고 밝혀 부시 대통령이 모리 총리에게 강력한 구조조정과 정책시행을 요구했음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미국측은 여전히 폐쇄적인 일본 시장에 대해 『외국인 투자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우려도 표명, 일본은 더욱더 개방 부담을 느끼게 됐다. 백악관의 고위관계자는 회담 후 “양국 정상이 일본 경제문제의 해결책은 구조개혁에 의한 강한 국내성장이라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으나, 2시간 후 일본의 고위 관리는 “모리 총리는 그같은 동의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뉴욕타임스는 20일자 분석기사에서 “양국 고위관리들의 회담에 대한 브리핑을 들으면 두 정상이 과연 같은 방에 있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라고 보도했다.

모리 총리는 다만, 일본은행이 발표한 금리정책이 일본 경제를 회복하는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일본 경제회복을 위해 구조조정을 비롯한 규제완화 및 재정제도 개혁 등 필요한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과 모리 총리는 하지만 미일관계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토대라고 강조하고 양국관계는 우의와 상호신뢰, 민주적 가치에 대한 공유속에 뿌리를 같이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양국간 동맹관계 강화는 한껏 강조했다.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
/東京=權大烈특파원 dykw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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