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정책 자문기구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20일 오전 서울 장충동 소재 타워호텔에서 한.미 정상회담이후 대북정책과 한.미관계 등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유석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와 전인영 서울대 교수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지연에 대해 '남측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실리가 없기 때문'이라며 '남과 북이 명분과 실리를 추구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춘 고려대 교수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시 북한이 무리한 환영식을 요구할 경우 이를 단호히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봉식 전 서울대 총장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대 한반도 강경정책의 배경은 '50여년간 한반도 문제를 다뤄왔으나 지난해 6.15정상회담 이후 배제됐다는 당혹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이날 참석자들의 토론 요지이다.

▲전인영 서울대 교수=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은 명분과 실리를 얼마만큼 충족시켜주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 경제 사정의 악화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답방이 남한 사회에 미칠 영향, 대미 관계에 미칠 영향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남과 북이 명분과 실리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부시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은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국제적으로 풀어야할 난제가 산적해 있으며 외교는 현실을 바탕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완화 될 수 밖에 없다. 미국의 슈퍼 파워에도 한계가 있다.'

▲유석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6.15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김 위원장의 답방시기를 정확히 하지 않은 것은 과거 협상태도로 보아 이례적이지 않다.

상반기 답방준비를 해 왔으나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공조가 북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한.미정상회담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남한 사회내 보수화 경향도 북한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이같은 이유와 함께 북한은 남한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이 어렵다고 판단, 답방을 늦추고 있다. 2차 정상회담전 기본합의서의 복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북한을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종욱 아주대 교수= '북한은 김위원장의 답방과 2차정상회담에 상당히 부담을 갖고 있었으며 한.미 정상회담으로 부담이 더 가중됐다.

북한은 남한의 경제적 어려움으로 답방에 따른 경제적 실리 추구가 어려워졌고 환영분위기 또한 어렵다고 판단, 답방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남북 정상회담이 최대 외교 관심사인 대미 관계개선의 초석이고, 부시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의 방파제가 남한 정부임을 잘 알고 있다.

2차 정상회담에서는 주의제로 남북 군사문제를 다뤄야 한다. 1차 정상회담에서 군사문제가 포함되지 않은데 대한 국내 비판과 김대중 대통령이 1차 국민과의 대화에서 이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북한은 2차회담에서 통일문제를 의제로 내놓을 것이다. 이에대한 충분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신정현 경희대 교수= '북한은 당면한 경제문제의 해결을 위해 2차 정상회담의 개최를 필요로 하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로부터의 지원과 추진 중인 개방정책의 구체화를 위해 정상회담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정상회담을 통한 한반도 긴장완화는 미국의 현 대북자세를 완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인식과 정책 상에서 이견이 노출 됐으나 단 시간에 이를 해결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시간을 갖고 실무적 협의를 통해 논의.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박봉식 전 서울대 총장= '남북관계에서 민족주의, 내셔널리즘 등이 강화되면서 주변국 특히 미국의 우려를 낳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핵과 미사일 문제를 거론하며 대북 강경정책을 펴고 있는 데 대해 북한은 상당히 당황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제네바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이 방향을 잡게되면 그같은 대북 태도도 변할 것이며 한반도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미국은 50여년간 한반반도 문제를 다뤄왔으나 6.15 남북정상회담으로 한발짝 물러섰다는 점에서 당혹했다. 미국내 강경분위기는 이를 반영한 것이다'

▲이성춘 고려대 교수= '부시 정권의 참모진은 노련한 대북 전문가들이다. 미국은 총론에서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하고 있으나 각론에서 하나하나씩 따져 보겠다는 의도를 갖고 있다. 김 위원장의 답방은 상당히 늦어질 것이며 정부는 이를 너무 고대할 필요가 없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오면 맞이하고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 북측이 우리의 상식을 넘는 환영식을 요구할 경우 반대의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김태현 중앙대 교수=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클린턴 행정부 당시의 정책과 기본골격에선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포용)정책으로 되돌아 갈 것이다.

부시 정부가 북한에 대해 유보적 회의적 태도를 취함에 따라 오히려 한국의 대북 입장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조급성으로 이같은 유리한 상황을 활용하지 못했고 북한이 이를 역이용, 김 위원장의 답방이 연기됐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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