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이자 후계자중의 한명으로 지목되고 있는 쩡칭홍(曾慶紅) 중국공산당 조직부장이 20일 오후부터 극비리에 방북일정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쩡 부장이 중국 내에서 비록 당서열 20위권에 머물고 있으나 사실상 향후 `중국호'(號)를 이끌어갈 유력한 인물이고, 그의 방북이 올해 장 주석의 방북이 예상되고 있는 시점에 앞서 이뤄지기 때문이다.북한은 지난해부터 쩡 부장의 방북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쩡 부장은 이번 방북 기간(20-24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김영남(金永南)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조명록(趙明祿)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김양건(金良建) 노동당 중앙위 국제부장 등과 회담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의 이런 면담 일정은 북한의 최고위 실세들을 모두 만나 양국간 정치,경제, 군사적 협력방안을 모색할 것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특히 장 주석의 방북과 관련한 구체적 시기와 의제 등의 협의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왕자루이(王家瑞) 부부장을 단장으로 한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대표단은 지난달 6-10일 평양을 방문, 김 국방위원장과 공동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던 적이 있다.

북한과 중국 간에 김 위원장의 지난해 5월과 올 1월 두차례의 방중에 대한 평가와 함께 이미 장 주석의 방북과 관련한 협의가 긴밀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라는게 외교가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쩡 부장의 방북은 장 주석을 대신해 김 위원장에게 중국의 메시지를 전달하거나, 장 주석의 방북에 앞서 구체적인 시기와 의제를 조율하려는 것이라는 두가지 관측이 나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쩡 부장은 이번 방북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 양국간 현안은 물론, 최근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북.미관계의 방향, 동북아정세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쩡 부장과 김 위원장은 동북아정세와 국제문제등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동북아 정책 방향을 점검하고, 부시 행정부가 추진중인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등 패권주의 전략에 대해서는 단호히 반대하는 입장을 재확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과정에서 한.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나타난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자세에 대해 북한과 중국측의 입장 개진이 있을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또한 김 위원장의 올해 서울답방 및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2차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한반도 정세변화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의 남북관계 진전상황을 설명하고 쩡 부장은 남북간의 대화.협력이 한반도 문제해결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쩡 부장과 김 위원장은 이와 함께 상호 사회주의 현대화 건설의 방식을 인정하면서, 특히 개혁.개방에 대한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 1월 방중 일정의 대부분을 개혁.개방의 상징인 상하이( 上海)에서 보내면서 산업현장을 직접 시찰했던 점에 비춰 쩡 부장에게 방중 인상을 설명하고, 향후 방향에 대한 조언을 구할 가능성이 높다는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쩡 부장은 북한의 변화를 중국이 지원하는 방안, 즉 식량과 원유, 코크스 등 필요물자에 대한 중국의 공급문제를 추가로 논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요컨대 쩡 부장의 이번 방북은 장 주석의 예상되는 방북,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 강경자세, 2차 남북 정상회담 등과 복잡하게 맞물려 있어 더욱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고 외교가는 진단하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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