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미 행정부와 미 언론이 지난 7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이 타격을 받은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긴급 달래기’에 나섰다.

백악관의 아리 플라이셔(Ari Fleischer)대변인은 이날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콜린 파월(Colin Powell) 국무장관도 이날 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 “지난 주 이곳(워싱턴)을 방문한 김 대통령과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강조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주미 한국대사관에 “미 언론들이 부시 대통령의 대북 회의론 표명을 한미 공조의 이상신호로 확대해석했다”며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을 지지한다는 미 행정부의 입장을 언론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행정부는 북한이 남북 장관급 회담을 최근 돌연 연기한 것이 부시팀의 강경 방침 때문이라는 시각이 퍼지는 데 대해 내심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리처드 바우처(Richad Boucher) 국무부 대변인과 플라이셔 대변인은 최근 이같은 취지의 기자들 질문을 잇달아 일축했다.

고든 플레이크(Gorden Flake) 맨스필드센터 태평양문제연구소장은 “미국이 남북한 화해의 걸림돌로 인식되는 것은 장기적으로 최악의 선택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는 특히 이번 정상회담으로 김 대통령의 국내 정치적 기반이 약화될 수 있는 결과가 빚어진 데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브루킹스연구소가 이날 발표한 ‘북동아시아 개관’에서도 김 대통령의 향후 대북정책 추진 과정에서 한국 국내 정치를 변수로 꼽았다.

민주당도 톰 대슐(Tom Daschle) 상원 원내총무가 14일 “민주당 지도부 6명이 지난 6일 부시 대통령에게 북한과의 협상재개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밝히는 등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지지를 강조하고 나섰다. 대슐총무는 “미국이 북한과의 대화재개에 최우선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민주당이 북한과 포괄적이고 검증할 수 있는 협정을 체결하는 데 대해 환상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포용정책은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잠재적 위협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탓인지 미 언론들은 이날 부시 행정부에 대북 포용정책 지지를 줄이어 촉구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햇볕정책에 진 그늘(Shadow on Sunshine Policy)이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부시 대통령이 김 대통령을 박대한 이유는 미스터리지만 북한이 예정돼 있던 남북한간의 평화협상을 취소함으로써 정치적 여파는 벌써부터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스트는 “부시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를 보류했을 뿐만 아니라 김대통령이 얼마나 마음에 들지 않고 지겨운지를 몸짓으로 보여줌으로써 상궤를 벗어났다”고 분석했다. 포스트는 “민주당은 3월7일(한·미정상회담)의 외교적 와해로 인해 깜짝 놀라고 당황해 하고 있다”면서 “군비 통제 옹호론자들은 북한을 안정시킬 수 있는 흔하지 않은기회를 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부시 대통령을 비난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朱庸中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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