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는 15일 발표한 ‘북동아시아 개관 2000~2001’에서 “중국이 앞으로 한반도에 대한 전통적인 영향력 회복을 추구할 것이며 이는 한·미 동맹관계에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 중 하나인 브루킹스연구소는 100여쪽의 이 보고서에서, “미국과 한국 내에서 주한미군에 대한 조정이 북한의 위협을 감소시키는 맥락에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같은 (주한미군의) 변화과정을 다루는 것은 북한과의 관계 차원뿐만이 아니라 양국의 잠재적인 국내 정치적 압력 때문에 양국 정부에 어려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남북화해의 추진력이 올해 들어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다”며 “남북한과 미국의 국내 정치적 우려가 (한반도의) 새로운 화해에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남북한과 한반도 주변국가 지도자들의 희망사항들이 많은 부분에서 공통되지만, 그 우선순위는 전적으로 다른 방법으로 매겨지고 있다”면서 “남북한 간의 선의(善意)를 진정한 변화로 이끌기 위해서는 지속성과 타협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특히 “2000년 북동아시아에서 가장 극적인 발전은 남북정상회담에서 비롯된 괄목할만한 변화와 희망의 제고”라고 진단하면서도, 한국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다음은 이 보고서의 한국 부분을 발췌, 요약한 것이다.

◆남북관계
남북한을 둘러싼 새로운 외교가 한반도 분위기를 상당히 진전시키고 아마도 무력충돌의 가능성을 축소했지만 북한 내부의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고, 군사적 경쟁은 얼어붙은채 남아 있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지난 1월 상하이(上海) 방문을 개혁의 시작으로 해석하려는 희망적인 관측이 있지만, 북한은 중국과 달리 체제변화를 진지하게 도모하려는 준비가 돼있지 않다.

남북 화해의 대차대조표는 북한에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북한은 아무것도 주지않고 금강산 프로젝트로 인한 상당한 달러 획득 등 한국으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회의론자들은 북한의 작년 군사훈련이 최근들어 가장 대규모로 실시된 점을 북한이 변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지적하고 있다.

햇볕정책의 경제적 성과와 비용은 김대중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감에 따라 집중적으로 조명될 것이다. 햇볕정책이 김 대통령의 퇴임이후에도 충분히 제도화될 수 있을지는 불명확하다. 북한이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관건이다.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일반국민들의 광범위한 지지에도 불구하고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보수주의자들은 김 대통령이 장기적으로 갖고 있을지 모를 ‘복안’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정책결정과정에서의 보다 큰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김 대통령이 햇볕정책이 일방통행적인 것 이상이라는 점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그것을 되돌리려는 압력이 고조될 것이다. 어떤 경우에든 국내에서 갈수록 공격받고 있는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은 미국의 계속적인 지지에 의존한다. 만일 차기 한국정부가 현재 야당인 한나라당이 집권한다면, 김 대통령의 정책을 따를지 불투명하다.

북한은 경수로건설의 지연이 불가피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폐기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한국에 전력공급을 요청했으며, 이같은 요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미사일 시험발사나 핵개발 재개를 포함한 새로운 위기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한미군 문제

한국의 데탕트 과정에서 아직 군사적 긴장 완화가 달성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아시아의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의제 중 하나가 주한미군의 장래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많은 사람들은 주한미군 철수가 지역에 가져올 영향을 표현하기 위해 ‘불안정화’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평화에 대한 희망을 증가시켰지만 반미정서와 미군주둔을 거부하는 정서를 한국에서 증가시켰다.

◆한국 국내 상황
한국은 경제를 회복하고 계속 이어지는 남북대화를 인상적으로 주도함으로써 북동아시아의 보다 밝은 부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심각한 재정·금융 문제와 노동 소요, 지역주의의 강화, 국내 정치·경제적 동요의 잠재, 김 대통령의 햇볕정책 결과에 대한 야당과 국민들의 회의 점증 등 불안요소를 안고 있다. 특히 정치개혁은 물건너 갔다.

/워싱턴=주용중 특파원 midwa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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