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따로. 실리 따로, 북 관광개방 적극적

북한은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첫 남북 문화장관회담에서 강원도 고성, 내금강을 포함한 금강산 지역과 개성을 ‘관광자유 특구’로 지정해, 남북한 연계관광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또 개성은 경의선이 복원되고 문산~개성간 도로가 건설되는 9월 이후 ‘육로 관광’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미 합의했던 5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아무런 배경 설명없이 일방적으로 연기시킨 북한이 이처럼 관광 개방에는 적극적 태도를 보인 이유는 무엇일까.

남북문제 전문가인 이동복씨는 “북한이 당국간 대화는 미루면서도 관광분야에서 개방적 입장을 취하는 것은 기존의 ‘정경분리’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정치적으로는 남한 내부 및 한·미 분열을 노리면서도 경제적으로는 가급적 많은 실리를 얻겠다는 게, 북한이 늘 추구해온 목표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북한이 지난 2년4개월여간의 금강산 관광을 통해, ‘관광특구’ 사업이 체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도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자금 사정이 어려워 현대가 금강산 관광대가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강산 지역’에 대한 개방 확대가 관광객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수도 있다.

북한측은 매월 1200만달러로 합의돼 있는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료 인하 요구와 관련, 남한 정부가 적극 나서달라는 입장을 보였으나, 김한길 장관은 “우리 정부는 금강산 관광에 불개입 원칙을 견지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번의 금강산·개성 관광개방 합의에도 불구하고, 두 곳 모두 군사지역이라는 점에서 북한 군부의 ‘동의’를 얻어내는 것도 어려운 숙제이며, 남북 연계관광시 ‘관광요금’ 책정도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나 김용순 아태평화위원장은 만나지 않았다”며 “13일 남북 장관급 회담의 연기에 대해서도 송호경 아태부위원장은 ‘이번에 김 장관과 갖는 일련의 회담과는 관계가 없으며, 다른 쪽에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나종호기자 najh@chosun.com
/김인구기자 gink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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