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일본 지바) 이후 정확하게 10년만에 남북단일팀이 꾸려져 다시 한번 코리아의 함성을 세계 만방에 떨칠 수 있게 됐다.

4박5일간의 일정으로 북한을 방문했던 김한길 문화관광부장관이 14일 저녁 귀국 기자회견에서 풀어놓은 보따리에서 가장 구체적인 선물은 단연 제46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4.23-5.5 오사카)의 남북 단일팀 출전 합의이다.

91년 지바세계대회에서 코리아팀이 여자단체전 정상에 오르고, 그해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서 8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룬 이후 사상 3번째의 단일팀 구성이 성사돼 남북 스포츠교류에 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울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시드니올림픽 개회식에서 남북이 동시 입장하는 등 지난해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남북 스포츠계의 화합무드는 올해 세계탁구선수권의 단일팀 출전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2월말 북한 스포츠 고위인사와 단일팀 구성에 합의했다'는 김운용 대한체육회장의 발표에도 불구, 정치정세에 민감하게 영향받는 스포츠의 속성상 단일팀 출전이 쉽게 성사될 것으로 낙관할 수만은 없었다.

더구나 최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 장관급 회담이 갑자기 아무런 설명없이 무기 연기되는 등 남북 관계에 난기류 기미마저 엿보임에 따라 단일팀 구성이 물건너 간 것이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감돌기도 했다.

김 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단일팀의 규모는 남과 북에서 각각 25명씩, 총 50명으로 구성하고, 선수단의 호칭과 단기, 응원가 등은 91년 단일팀 합의시의 선례를 따르기로 했다.

또한 한달여 앞으로 임박한 대회를 앞두고 단일팀 구성을 신속히 진행할 수 있도록 빠르면 15일중으로 남북한 탁구협회가 세계탁구연맹에 참가신청 절차를 마치기로 했다.

이번 합의로 남북 단일팀 출전에 대한 남북 당국의 의지가 확인된 만큼 앞으로 촉박한 시일안에 팀을 구성하고 훈련시키는 등의 실무적인 작업은 남북한 탁구인들의 몫으로 떨어졌다.

물론 지난 91년의 단일팀 출전 경험을 살린다면 선수구성, 합동훈련, 대회출전 등 일반적 사항들에 대해서는 양측간의 실무협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동안 상황이 바뀐 만큼 나름대로의 어려운 문제들도 있다.

남북은 국제탁구연맹(ITTF)과 협의, 선수 엔트리를 몇 명으로 할 지 등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10년전에는 한팀으로 출전했지만 실제 참가 선수는 2개팀에 해당하는 수준에서 국제연맹이 양해했으나 이번에도 가능한 많은 선수가 출전하도록 하는 것도 과제다.

경기력도 남북 모두 크게 저하돼 있는 것도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지난 91년 세계대회에서는 남쪽의 현정화, 북쪽의 이분희, 유순복 등 세계적 선수들이 포진해 단체전 우승으로 세계를 감동시켰으나 최근에는 전력이 약화돼 단기간내에 이를 강화하는 것도 문제다.

이밖에 대한탁구협회 회장 선출을 둘러싼 탁구인들간의 끊임없는 갈등으로 최근 대표선발전 마저 반쪽대회로 치러지는 등 탁구계 내분이 단일팀의 분위기를 저해할 우려도 있다.

10년만에 한민족의 저력을 다시한번 떨칠 수 있는 호기를 맞아 남북 탁구계가 스포츠 교류 촉진은 물론 남북 관계 전반의 분위기를 리드하는 첨병이 될 수 있도록 분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번 탁구 단일팀이 성공적인 결실을 가져올 경우 내년 부산 아시안게임의 북한 참가 문제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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