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민교야. 도저히 네 모습을 잊을 수 없구나…. ”(77년 8월11일 홍도에서 납북된 이민교 학생 어머니 김태옥씨·69)

“아버지가 납북된 뒤 33년 동안 정부는 생사 확인 노력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게 너무 원망스럽습니다. ”(67년 6월5일 납북된 풍복호 선원 최원모씨 아들 최성룡씨·49)

18일 오후 1시 서울 종로 기독교연합회관. 동진호 선원 최종석, 정일남, 강희근, 박광현씨 가족, 오대양호 김용철씨 가족, 이민교 학생 가족, 안승운 목사 가족 등 납북자 11명의 가족들과 일본 ‘납북 피해자 가족 연락회’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는 지방의원 모임’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을 구출하기 위한 전국 협의회’ 등의 대표들이 참석, ‘납북자 송환 촉구를 위한 한·일 공동 기자 회견’을 열었다.

지난 10일 남북정상회담 개최 소식이 전해진 뒤에도 북에 억류돼 있는 납북자들의 송환문제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을 정부에 강하게 지적하기 위한 자리였다.

“460426-1095819, 북한에 피랍된 아버지 주민등록 번호입니다. 저는 남편의 호적에 등재돼 있지만 어머니와 남동생 호적에는 아버지 ‘최종석’이라는 이름이 호주란에 엄연히 기재돼 있습니다. ” 납북자 가족 모임 최우영(최우영·31) 총무는 절절한 내용의 ‘사랑하는 아버지께 드리는 편지’를 공개,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동진호 선원 가족들은 “북한은 간단한 조사만 하고 보내겠다고 했지만 이미 23년이 지났다”며 울먹였다.

동진호 선원 김두선씨 부인 송복심(57)씨는“남편이 생후 10개월된 아들을 두고 납북되는 바람에 혼자 무작정 부산으로 가 식당 잡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며 “형사들 감시 때문에 식당에서 수차례 쫓겨나기도 했다”며 정부를 원망했다.

마나베 사사키(진과정수·43) 지방의원 모임 부의장은 “96년 13세 소녀가 일본에서 납치된 이후 모임이 결성됐다”며 “인권 차원에서 납북 일본인과 한국인의 조속한 송환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아라키 가즈히로(황목화박·43) 전국 협의회 사무국장은 “한·일 양국이 함께 납북자 송환 문제에 대해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한국인 납북자 454명, 일본인 납북자 10명에 대한 송환 촉구와 더불어 ▲납북자 문제 남북정상회담 주요 의제 채택 ▲납북자 문제 전담 부서 신설 ▲납북자 가족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일본 대표단은 오는 30일 2000여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열어 납북자 문제를 여론화할 방침이다.

/정병선기자 bsch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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