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먹이를 주고 있는 학생들.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의 풀을 뜯을 수 없는 곳을 제외하고는 북한 전역의 학생들이 토끼를 기른다. 생명력이 약하고 조금만 누기(습기)가 있거나 위생이 불량하면 병에 잘 걸리는 토끼를 어린 학생들이 키운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특히 비가 오는 장마철이 되면 토끼들이 각종 질병에 걸려 떼죽음을 하는 경우가 많아 아이들의 속을 태우기도 한다.

북한의 학생들은 공부 이외에 여러 가지 ‘좋은일하기’ 명목으로 동원되는데 그 중에서도 토끼 기르기가 가장 손이 많이 가고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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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마다 각 반별로 토끼우리가 있으며 1인당 몇 마리씩 길러야 하는 의무가 있다. 산이 많은 북한지역의 특성상 손쉽게 고기와 따뜻한 털을 구할 수 있는 토끼 기르기 운동을 활발하게 벌이라는 김일성, 김정일의 교시가 여러 차례 있었다.

학교공부가 끝나면 학생들은 토끼먹이를 뜯기 위해 산과 들을 누비며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일부 학생들은 학교공부보다 토끼기르기에 더욱 열심이다. 이른 봄에 새끼를 낳아 가을이 돼 다 자란 토끼를 보면 모든 학생들이 뿌듯해 한다. 이렇게 길러진 토끼는 용도에 따라 가죽과 고기로 나뉜다. 가죽은 겨울군복이나 겨울 옷을 만드는데 쓰여지며 고기는 일반에 판매되거나 학교에서 처리되기도 한다. 토끼 기르기를 잘해 성과가 좋은 학교는 표창도 받고 모범학교로 지정되기도 한다. 최근 토끼 기르기를 잘한 평남 평성시 월포고등중학교에 김정일의 ‘감사’가 전달되기도 했다. /강철환기자 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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