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부시 행정부와 아시아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만나 우리의 외교안보와 경제적 입장을 충분히 협의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성과였다.

부시 대통령은 우리의 대북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했으며 남북관계에 있어 우리의 주도권을 인정했다. 앞으로 있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다소 의구심을 표시한 것도 사실이다. 나는 부시 대통령과의 대화를 통해 그 분이 가진 우려가 무엇인지 파악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정부정책 수립에 참고로 함은 물론 이러한 부시 대통령의 생각을 북한에도 전달해 줄 생각이다.

이번에, 세가지를 주면서 세가지를 받는 ‘포괄적 상호주의’를 제안했다. 북한이 지킬 것은, 첫째, 제네바 협정을 지키고, 둘째, 미사일 개발과 수출을 포기하고, 셋째, 남쪽에 대해 무력도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대신 우리도, 첫째,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둘째, 적절한 경제적 지원을 하고, 셋째,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하는 것을 지원해줘야 할 것이다.

나는,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문제를 주로 북한과 협상하고 한국은 불가침 합의를 통해 무력불사용과 군축, 그리고 교류협력을 통한 긴장완화를 다루는 역할분담이 바람직하다’고도 제안했다.

이번 미국 방문에서 주력했던 또 하나의 과제는 경제였다. 미국의 재무장관, 상무장관, 무역대표부 대표, 기업가, 투자자들에게 한국의 개혁의지를 확인시키고, 투자여건 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꾸준한 노력의 성과를 설명했을 때 모든 대화자로부터 매우 긍정적인 반응이 있었다. 미국 경기의 전망에 대해서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갖고 있었다.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 나는 미국의 새 정부와 충분히 의견을 나눴고, 한미간에 긴밀한 공조를 변함없이 유지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미국은 우리의 생존을 지키는 안보동맹국이고, 우리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나라이며, 남북관계 진전은 미·북 관계 진전 없이는 분리해서 성공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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