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월 위생월간을 맞아 사적지관리에 나선 북한주민들. 해마다 이맘 때면 북한전국의 사적지는 물론 전국토에 대한 위생사업이 시작된다.

3~4월 북한 전역에서는 대대적인 위생 캠페인이 벌어진다. 이른바 ‘위생월간’이다. 모든 곳은 정해진 기준대로 말끔히 정돈돼 있어야 한다. 건물과 도로는 물론 가정집과 개인의 위생까지도 집중적으로 단속 검열된다.

위생월간 중 가장 신경 쓰는 곳은 역시 평양이다. 평양은 다른 지방과 달라서 일년 내내 청소에 동원되지만 봄철에는 매일 거리 안팎을 쓸고 닦아야 한다. 인민반, 학교, 기관, 기업소 단위로 모든 사람들이 총동원돼 봄철 위생사업을 벌인다. 가로수 밑에 벌레가 끼지 않도록 횟가루 칠까지 하면서 평양의 거리는 깨끗하게 변한다.

청소작업 동원에는 학생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북한의 모든 학교는 청소는 물론 모든 작업은 학생들 스스로가 하게 돼 있다. 겨우내 난방으로 그을린 벽에 횟가루 칠을 하고 바닥 청소, 화장실 청소 등을 대대적으로 벌인다.

전국의 학교에서는 ‘20호검열’(이슬 검사) 등 개인의 위생청결을 위한 검열도 실시되며 봄철 농사시작에 대비한 기생충방지대책도 세워진다. 1990년대 초까지는 학교마다 ‘산또닌’으로 불리는 회충약(물약)을 학생들에게 의무적으로 먹이기도 했다. 쓰고 역겨운 약이라 학생들은 이 약 먹는 것을 가장 싫어하지만 한 사람도 빠짐없이 마시게 한다. 회충, 요충, 십이지장충 등 기생충이 심해 목숨을 잃을 지경에 빠지는 청소년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이마저도1992~1997년에는 약이 정상적으로 공급되지 않아 민간요법을 장려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국제구호단체에서 보내준 독일산 회충약(알약) 이 다시 학생들에게 공급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회충약은 학생들은 물론 인민반을 통해 모든 주민들에게 공급된다.

위생기간동안 가장 정성을 들여야 하는 곳은 전국에 있는 김일성, 김정일 동상이나 이들의 사적지이다. 주변에 꽃을 심고, 바닥을 쓸고 닦으며 충성심 표현에 여념이 없다.

위생월간은 김일성 생일(4월15일)을 맞아 더욱 활발해 지며 검열기간 때에는 직장 일도 멈추고 청결작업에 나서기도 한다. 북한은 해마다 위생월간을 통해 겨우내 쌓였던 때를 말끔히 벗겨내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에 들어간다.

/강철환기자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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