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중반에 나온 북한영화 ‘명령 027호’는 지금도 인기가 좋다.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에는 영화관이 미어터질 정도였다. 6.25전쟁시기 인민군 특수부대가 남한에 나가 남한 특수부대를 싹쓸이하고 임무를 완수하는 내용이다. 영화에 나오는 격술(태권도) 장면이 리얼하고 태권도가 유행하던 시기라 이 영화는 젊은이들이 태권도를 배우려는 심리에 불을 붙였다.
◇어린이들이 새로 보급된 건강태권도를 선보이고 있다. 건강태권도는 태권도 동작을 음악에 맞추어 하게 돼 있다.

북한에서는 특수부대 출신, 특히 대남연락소 출신이라고 하면 젊은이들에게 우상이 된다. 좋은 직장에 배치되거나 당간부로 발탁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험난해질수록 강한 남자가 인기인 것이다. 이 때문에 태권도를 배우지 않는 남자가 없을 정도다.

북한에서 태권도는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인 최홍희가 북한에 오기 전인 70년대까지도 ‘격술’이라는 말로 통했고 군대에서도 ‘주체격술’이라는 살인적인 싸움법을 가르쳤다. 그러다가 격술이 슬그머니 태권도라는 말로 일반화 됐다.

1990년대 초에는 각 직장별로 태권도를 가르치게 했다. 국방체육을 강화한다는 목적이 가장 컸다. 이때 각 기관, 기업소마다 특수부대 출신들이 교관으로 일반인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

1993년에는 운동의 대중화를 더욱 확산시키기 위해 대중율동체조와 건강태권도가 만들어졌다. 기존의 딱딱한 인민보건체조(11개동작) 대신 에어로빅과 유사한 율동체조를 보천보전자악단의 경쾌한 리듬에 맞춘 율동체조는 남녀노소할 것 없이 누구나 배우게 됐다.

건강태권도 역시 태권도를 일반인들도 배우기 쉽고 지루하지 않게 율동식으로 개편한 것인데 음악에 맞추어 동작을 익히고 따라하기 쉽게 했다. 율동식으로 운동을 하니 힘이 들지 않아 사람들에게 더욱 인기가 좋아졌다. 건강태권도는 50개의 기본동작으로 구성돼 있다.

/강철환기자nk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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