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을 가꾸는데 들이는 북한의 열정은 대단하다. 지금도 매년 3월이면 나무심기 월간이 시작되는데 올해도 북한은 수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공언했다. 99년에는 6억 그루 이상, 2000년에는 10억 그루를 심었다고 발표했고, 올해도 억 단위 식수사업에 벌써 분주하다.
◇양강도 김형직군 로탄노동자구의 청년나무베기공들. 식량난으로 아름드리 나무들이 베어져 중국으로 팔려나갔다.
북한의 식목일(식수절)은 3월 2일이다.

71년 처음 정할 때는 4월 6일이었으나 재작년부터 대대적으로 심기 위해 앞당겨 실시하고 있다. 나무심기에 대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관심은 대단히 커서 심을 수종을 직접 정하기도 한다. 그가 최근 들어 장려하고 있는 나무는 감나무 단풍나무 포플러 잣나무 아카시아나무 민아카시아나무 은행나무 느티나무 등이다.

땔감, 종이연료, 가로수 등으로 유용한 나무를 주로 권하지만 이렇게 심어둔 수억 그루의 나무들은 아쉽게도 한 해가 가기 전에 사라지기 일쑤다. 적재적소에 심지 않아 주민들이 일부러 뽑아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자라기도 전에 땔감 등으로 써버리기 때문이다.

올해 산림청이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북한 전체 산림면적 916만㏊ 가운데 18%에 해당하는 163만㏊가 개간과 벌목 등으로 인해 황폐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방북한 사람들은 북한 산의 황폐화에 놀라고, 탈북자들은 남한 산의 녹화(록화)에 놀라게 마련인데 최근 공개된 김정일 위원장의 99년 발언록에도 북한 산의 황폐화는 대단한 고민거리임이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산림의 황폐화의 원인을 "경제일꾼들의 잘못된 사업"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그러나 특정인들의 잘못일 수는 없고 산림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경제수준과 숲의 울창함의 정도는 거의 비례한다. 전쟁으로 초토화된 북한 산은 70년대 초반까지 상당한 수준으로 복구되었다. 김 위원장은 "요즘 금강산에 다녀간 남한 사람들이 산이 헐벗었다고 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이 특사로 다녀간 1972년만 해도 남한보다 북한의 산이 울창했다고 언급했던 것도 근거가 없지 않다.

그러나 76년 경부터 북한 전역에서 "다락밭" 만들기 경쟁에 돌입해 15%이하 경사진 곳에서만 산림을 베어내고 밭을 일구기로 돼 있었으나 나중에는 60~70%에 이르는 경사지까지 밭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한 산림 훼손은 물론이고 수해에 무방비로 노출됨으로써 산사태 로 인한 토사 등의 고질적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관 기업소 등이 자체로 생산물을 조달하기 위해 일구기 시작한 부업밭 붐도 폐해가 심각했다. 또한 목탄차가 운행되면서 엄청난 양의 나무들이 숯으로 변하면서, 1990년대 들어서서는 식량난으로 인한 남벌이 산림훼손에 한몫을 거들게 된다. 연형묵이 자강도당 책임비서로 있던 1995년경 식량을 위해 벌목이 허락되면서 자강도에서부터 엄청난 목재가 중국으로 팔려나갔다.

무엇보다 주민들의 겨울나기 땔감으로 산림이 남아 나지 않는다. 요즘에는 민가 인근 산은 다 거의 베어 나무 한 짐을 위해 첩첩 산중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주민들의 일상이다. 겨울철 큰 역전에 가면 아이들이 나무 한 짐 해서 지고 식량보따리를 들고 내리는 사람들과 바꿔 먹기위해 구름처럼 모여있는 모습을 보기도 어렵지 않다.

이래서 심어도 심어도 북한 산은 야윈다. 북한주민들의 무리한 산 개간과 벌목으로 통일이후 사방사업 비용으로 8조2363억 원, 조림비용으로 5조5778억 원이 소요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온 적도 있다(98년 농촌개발연구원). "푸른산"을 얻기 위해 나무를 심는 것보다 경제 재건이 급하다는 결론이다.
/김미영기자 miyo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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