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문제에관해 미국측이 강경한 입장을 나타낸 것을 두고 워싱턴포스트는 9일자 사설에서 “북한을 포용하려는 노력에 미국측이 브레이크를 걸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사설을 실었다.

뉴욕타임스도 9일자 사설에서 미국의 북한을 상대로 한 대화를 당분간 재개하지 않기로 한 점에 주목하면서 한국 정부의 북한 포용노력을 복잡하게 만들었다고논평했다.

두 신문의 사설을 요약한다.

워싱턴포스트 사설: '한국 붙잡아두기 (Putting Korea on Hold)'

부시 행정부는 북한을 포용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경주해왔던 노력에 대해 제동장치를 걸였다.

지난 2년간 한국의 김대중 대통령은 북한과의 관계에 물꼬를 트고 한반도 평화선언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전임 빌 클린턴 정부도 경제적 지원과 북-미 관계 개선을 대가로 북한의 미사일 생산 및 수출을 포기하도록 하는 협상을 성사 직전까지이끌어낸 바 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 전대통령이 남겨놓은 외교적 과정을 그대로 채택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김대통령에게 밝혔다. 이는 한국측이 희망해왔던 것과는 상반된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과 같이 비밀스럽과 스탈린주의적인 국가와 합의를 이룬다는것에 대해 회의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참모들은 기자들에게 당장에는 북한과의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로서는 외교적 교섭을 보류시킬 만한 몇가지 좋은 구실이 있다. 북한이 기존의 협정들을 위반했다는 증거는 없으나 식량구호지원 물량이 굶주린 주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 지에 관한 비교적 간단한 문제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남북한간 해빙에도 불구하고 휴전선에 배치된 북한의 대규모 병력에는 어떤 변화도 없으며 북한의 억압적 통치가 누그러지고 있는 조짐도 느낄 수 없다. 클린턴전 대통령 재임 중 메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방북 등 북한을 포용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으나 그에 대한 충분한 반응이 없는 상태다.

그러나 이번주 김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포용정책을 지속적으로 펴나가겠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천명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최근 중국 상하이(上海)를 방문한데이어 모스크바와 서울 방문을 계획하는 등 폭넓은 개방에 관심을 보이는 듯 하다.
대북한 포용정책은 중국과 같이 시장개혁과 투자문호 개방을 통해 북한의 경제적 붕괴를 막을 수 있다.

부시 정부가 내놓은 다소 혼재된 메시지로 볼 때 부시 정부가 (대북)정책을 확정짓지 않았음은 분명하다. 부시 대통령의 강경발언이 나오기 하루 앞서 콜린 파월국무장관은 전임 클린턴 정부의 대북한 정책이 유망한 요소들이 있다고 평가하고 북한을 포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의 대외개방 확대를 유도하면서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유인할 수 있는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정책 이외에 달리 마땅한 대안은 없는 듯 하다.

이러한 경로를 거부한다는 것은 한반도의 변화를 위한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를 포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렇게 되면 결국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를 비롯한 군사력에 의한 억제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같은 군사적 수단은 여전히 필요하지만적극적인 외교적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

뉴욕타임스 사설: '한반도에서 상실되고 있는 모멘텀' (Losing Momentum on Korea)'

유감스럽게도 부시 대통령은 당분간 북한과 미사일 개발 및 수출 중단을 목적으로 한 대화를 재개하지 않기로 했다. 북한을 상대로 수용 가능한 합의에 도달한다는것이 결코 쉽지 않으며, 부시 정부는 자체 전략과 목표를 개발하는데 일정 시간을갖기로 했다.

그러나 전임 클린턴 정부에 의해 시작된 북한과의 건설적인 대화를 보류시킴으로써 부시 정부는 북한의 진정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한 셈이다. 이는 또한 북한을 달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는 한국 정부가 직면한 도전을 한층 복잡하게 만들었다.

전임 클린턴 정부 때 북한은 경제적 지원을 대가로 장거리 미사일의 개발 및 수출을 중단하겠다고 제의한 바 있다. 이러한 기조로 협상이 타결된다면 미국을 사거리로 한 미사일 위협이 제거되고 미국 정부로서도 NMD 체제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는중압감을 둘 수 있을 것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첨예한 난제들이 미해결인 채 클린턴 행정부의 임기가 종료했으며 북한은 국제사회에 핵관련 시설의 사찰 허용에 동의하지 않고 있는데다 장거리 핵미사일의 폐기도 동의하지 않고 않다.

과거 냉전시대 미-소간에 체결된 대부분의 군비통제협정들은 오랜 기간에 걸친 상대방과의 친밀한 관계와 상호 감시를 토대로 한 협상을 통해 이뤄졌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사이에는 이에 견줄만한 아무련 전례가 없다. 게다가 북한이 평화과정에 대한 실질적인 약속은 하지 않은 채 시간을 벌면서 서방측의 보상을 얻어내고자 할뿐이라는 의구심이 일부 분석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몇년간 북한이 한국과 서방세계와 관계를 개선하는데 진지한 자세를 보이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고무적인 조짐도 있다.

부시 정부는 여전히 북한에 대해 취할 다음 수순을 심사숙고하는 듯 하다. 미해결 상태인 미사일 문제를 신중히 검토해야 하며 이후 북한측과 확실한 합의를 이루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올해 하반기쯤 북한측과 대화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 뉴욕=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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